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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석 영사안전국장이 지난 15일 재외국민의 안전 확보 및 보호 대책 점검을 위해 본부와 공관간 화상 합동 상황점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이코리아]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격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에너지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충돌은 이스라엘이 지난 13일(현지시간) ‘Operation Rising Lion(일어나는 사자 작전)’이라는 명칭 하에 이란 핵시설과 군사기지, 드론 생산기지, 방공망 등을 정밀 타격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2일 이란이 핵 비확산 의무를 위반했다고 발표한 이후 이루어졌다.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이후 이란은 수백 기의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자폭 드론을 이스라엘 본토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연계 세력도 국경 공격을 재개하며 전선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3일 기준 두바이유는 전일 대비 5.7% 오른 배럴당 72.49달러를 기록했으며,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7.3% 오른 72.98달러, 브렌트유는 74.23달러로 각각 마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로로, 봉쇄 시 유가가 최악의 경우 130달러 이상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 모건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분쟁이 격화되면 특히 현재 하루 약 210만 배럴에 달하는 이란의 석유 수출이 중단될 경우 글로벌 석유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봉쇄에 나설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에너지 공급 대란이 우려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은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3%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 차질이 장기화되면 월간 약 3,000만 배럴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국제유가를 배럴당 약 6달러 추가 상승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71.9%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지난해 LNG 수입도 중동 국가인 카타르(24%)산과 오만(12%)산 비중이 높다. 이란산 원유의 직접 수입 비중은 낮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전체 원유 및 LNG 물량이 막히면 국내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유가 10% 상승 시 기업 비용은 제조업 평균 0.67%, 서비스업 평균 0.17%, 전 산업 평균 0.38%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6개월치 비축분을 확보 중"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안보·경제 긴급점검회의를 소집해 “현지 우리 교민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챙기고, 경제·안보 분야에서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외교부도 15일 윤주석 영사안전국장 주재로 본부-공관 화상 회의를 열고, 이스라엘과 이란 지역에 대해 기존의 ‘여행자제’ 경보를 ‘특별여행주의보’로 격상했다. 외교부는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교민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이곳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할 때 단기적인 교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은 너무나 중요한 수로이기 때문에 단기적 봉쇄에 그칠 가능성 있으며, 오히려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이 지난 18개월간 공격했던 바브엘만데브 해협(홍해)을 지나는 민간 선박을 다시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중"이라며 "해당 시나리오 현실화 시 컨테이너선과 PCTC의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수에즈운하 사태 영향으로 인한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 대부분은 이미 완료된 상황이며, 수에즈운하 통과 선박 규모는 이미 역대 최저치를, 홍해/아덴만을 우회하는 컨테이너선 규모 또한 이미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중"이라며 "홍해 통과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 위험이 다시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해당 요인이 대규모 컨테이너선 발주를 야기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 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WTI 기준 유가는 배럴당 75달러까지 급등한 가운데,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여타 중동 국가들의 참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실제로 현실화된 사례가 없고, 봉쇄 시 이란의 중국으로의 원유 수출도 어려워지는 만큼 이는 이란의 최후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가지 재료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이번 이벤트의 여파는 러-우 전쟁 당시보다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이는 이란-이스라엘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러시아 대비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급등은 미국과 한국의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미국 3분기 소비 둔화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 여력을 추가로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류 연구원은 "WTI 기준 유가가 75달러를 유지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는 0.43~0.47%p, 한국은 0.21~0.23%p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달러-원 환율 하락세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원화가 강해지면서) 유가 상승폭 대비 미국보다 한국 물가에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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