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일본 최대 철강기업 일본제철이 미국 US스틸 인수를 최종 완료하면서, 글로벌 철강 산업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철강산업의 본산격인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려는 일본의 전략이 현실화된 가운데, 한국 철강업계도 미국 현지 생산기지 확대에 나서며 대응에 나섰다.
일본슬롯 머신 알고리즘은 지난 18일(현지시간) 141억 달러(약 19조 3,600억 원)에 US스틸 주식 전량을 매입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폐지했다고 발표했다. US스틸은 일본슬롯 머신 알고리즘 뉴욕 법인 산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며, 본사와 사명, 생산 체계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이번 인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대와 철강노조, 정치권의 거센 반발 속에서 1년 6개월여에 걸친 긴 협상 끝에 성사됐다. 일본슬롯 머신 알고리즘은 미국 정부와 '국가안보협정(National Security Agreement)'을 체결하고, 미국 측에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리스크를 조율했다.
또 생산·고용 보장조건으로는 US스틸의 펜실베이니아주 본사 유지, 설비 해외 이전 금지 등이 있으며, 2028년까지 140억 달러(약 19조 원)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19일 도쿄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US스틸이 슬로바키아에 큰 제철소를 갖고 있어 미국과 유럽에 모두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며 "글로벌 네트워크가 단숨에 완성됐다"고 말했다.
하시모토 회장은 또 “45년 전 세계 1위 철강사였던 일본제철이 다시 정상에 오르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미국과 유럽 거점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금주는 우리가 제안한 조치이며, 미국 정부와의 신뢰 기반 위에서 경영 자율성과 채산성은 충분히 보장된다”고 덧붙였다.
일본제철은 인구 감소로 내수 철강 수요가 둔화된 자국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해외 확장 전략을 추진해왔다. 2020년 하시모토 회장 취임 이후 저수익 내수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인도·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집중해 왔으며, 이번 US스틸 인수는 '글로벌 1억 톤 생산 체제 구축'이라는 장기 전략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인수로 일본제철은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4위(연간 5,782만 톤)에서 중국 안강그룹(5,955만 톤)에 바짝 근접한 3위 도약을 앞두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대미 철강 진출이 정치적 제약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일본이 M&A를 통해 미국 현지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광래·한승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제철이 약속한 총 14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미국 정부 승인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이번 인수로 일본제철은 조강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3위 철강사로 도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제철 신규공장과 US스틸의 빅리버 2단계 확장까지 포함하면 2029년까지 미국에 680만~730만톤의 신규 생산능력이 추가(순증 규모는 400만톤으로 예상)될 전망"이라며 "일본제철은 자국 내 철강 수요 둔화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기술력과 자본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한국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58억 달러(약 8조2,300억 원)를 투자해 제철소를 신설할 계획이며, 여기에 포스코가 이례적으로 동참했다. 국내 라이벌 철강사가 공동 투자에 나선 셈이다. 구체적으로 58억 달러는 자기자본 50%와 외부차입 50%로 마련하는데, 이중 자기자본 29억 달러를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분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측은 지난 4월 21일 '철강·이차전지 포괄적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강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으로 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강화되며 미국 내 생산 없이 수출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이달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철강 다이내믹스 포럼(GSDF)’에서 장인화 회장이 '초일류 미래소재 기업 도약을 위한 전략'을 발표하며 현지 AI·에너지 파트너십 확대와 글로벌 소재 공급망 강화 의지를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포스코는 세계철강동력연구소(WSD)로부터 15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에 선정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한편, 중국 철강 수출이 올해 하반기 들어 큰 폭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덤핑(AD) 조치 강화와 미국의 우회 수출 차단 영향으로 중국산 철강 수출은 올해 최대 2,000만 톤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산 수출은 예상보다 높았지만, 이는 무역 규제 시행 전의 밀어내기 물량”이라며 “연말로 갈수록 수출 둔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미국·유럽 등의 시장을 둘러싼 한국 철강사의 입지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원료 확보, 설비 경쟁력, 현지화 속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