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증시 활황으로 투자 열기가 고조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한 국내 증시가 진정 국면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9일 기준 19조6084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주식 투자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남은 금액을 말한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6조원 수준이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불과 2개월 만에 약 3조원 이상 불어났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통상 주가 상승의 기대감이 높을 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국내 증시는 지난 4월부터 완만하게 반등하기 시작해 6·3 대선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증시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새 정부가 증시 활성화 및 경기부양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복귀도 최근 상승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4월 국내 증시에서 10조1429억원을 순매도했으나 지난달 1조2658억원을 순매수하며 포지션을 바꿨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사들인 국내 주식 규모는 지난 20일 기준 5조2669억원으로 전월 대비 4배 이상 불어났다.
‘불장’의 영향은 미수거래에서도 확인된다. 금투협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은 19일 기준 9582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의 경우 만기가 180일이지만, 미수거래는 만기가 3거래일에 불과한 데다 연장도 할 수 없어 ‘초단타 빚투’로 불린다. 국내 증시가 ‘삼천피’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빚투’가 하락장에서 손실이 배가되는 리스크 높은 투자행위라는 것이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거래하다 만기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거나 담보유지비율이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상승장인데도 투자금이 부족해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조바심에 무리한 ‘빚투’에 나서다가 상승세가 멈출 경우 큰 손실을 보게 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국내 증시가 잠시 숨고르기에 돌입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7월 코스피 상단이 약 3150포인트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제는 한국 증시도 상승 속도에 대한 경계감을 보일 때”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2차 추경, 상법 개정 등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관세 협상 시한 도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시장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며 “제조업 투자 촉진, 감세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중동 사태 전개 과정 ▲파월 의장 청문회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여부 ▲마이크론 실적 ▲한국의 MSCI 선진지수 편입 여부 등에 영향을 받으며 3000포인트 내외에서 공방전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여전히 정책 모멘텀은 유효하며 25일 MSCI 선진지수 편입 기대감도 상존한 만큼, 지수 상방 압력은 남아있다”면서도 “지난주 코스피가 4%대 급등(+6월 이후 12%) 과정에서 차익실현 욕구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