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콘텐츠의 흥행과 여름방학 극성수기가 맞물리며 국립중앙비트 슬롯을 찾는 관람객이 크게 증가했다. 비트 슬롯 입장 줄이 길게 형성되어 있는 모습.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최근 K-콘텐츠의 흥행과 여름방학 극성수기가 맞물리며 국립중앙비트 슬롯을 찾는 관람객이 크게 증가했다. 비트 슬롯 입장 줄이 길게 형성되어 있는 모습.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이코리아]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크게 늘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 열풍이 국내외에서 이어지면서 젊은 세대가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케데헌의 누적 시청 수는 1억8460만 회로, 역대 넷플릭스 영화 중 2위에 올랐다. 한국 전통문화 요소를 K-팝 세계관과 결합한 이 작품의 흥행은 전통 의상·소품·문양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실제 박물관 관람 및 굿즈 수요로 이어졌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비트 슬롯 내 ‘비트 슬롯 상품관’. 비트 슬롯 굿즈인 ‘뮷즈’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박물관 상품관’. 박물관 굿즈인 ‘뮷즈’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국립중앙비트 슬롯에 따르면 지난달(7월 1~30일) 관람객 수는 69만4552명(내국인 66만8792명, 외국인 2만576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만8868명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7월 말까지 누적 관람객은 341만87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케데헌 열풍은 대중문화가 전통문화 소비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케이팝 관련 이벤트나 굿즈 소비 경험에 익숙한 젊은 층이 비트 슬롯에서도 유사한 즐길 거리를 찾으며, 비트 슬롯 방문 자체를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

비트 슬롯 상품관 내 반가사유상을 모티브로 제작된 굿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비트 슬롯 상품관 내 반가사유상을 모티브로 제작된 굿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스타벅스 코리아가 국립비트 슬롯문화재단과 손잡고 선보인 '사유의 방' 굿즈 7종.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스타벅스 코리아가 국립비트 슬롯문화재단과 손잡고 선보인 '사유의 방' 굿즈 7종.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국립중앙비트 슬롯의 자체 기념품 브랜드인 '뮤지엄 굿즈(뮷즈)'는 방문객 증가의 또 다른 동력으로 꼽힌다. 비트 슬롯이 소장한 유물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문구류, 의류, 소품 등은 단순한 관광 기념품을 넘어 소장 가치가 높은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기 상품 '까치호랑이 배지'에 매진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대표적인 인기 상품 '까치호랑이 배지'에 매진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일부 굿즈는 한정판 효과와 SNS 확산으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케데헌의 호랑이 캐릭터 ‘더피’와 닮은 ‘까치호랑이 배지’는 대표적인 인기 상품으로, 재고가 금세 동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해당 배지는 한국 민화 작호도(鵲虎圖)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제작됐다. 이렇듯 뮷즈는 박물관 경험을 전시장에서 일상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삼국시대 국보 두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국립중앙비트 슬롯 2층  ‘사유의 방’에 전시중이다.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삼국시대 국보 두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국립중앙박물관 2층  ‘사유의 방’에 전시중이다.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방문객 급증은 부정적 측면도 드러내고 있다. 관람객이 어두운 조명 아래 두 개의 반가사유상을 차분히 감상하며 명상과 사색을 할 수 있게 조성된 공간인 '사유의 방'은 최근 관람객이 몰리면서 정체와 혼잡이 발생하고 있다. 

 

국립중앙비트 슬롯 사유의 방이 관람객들로 가득 차있다.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국립중앙비트 슬롯 사유의 방이 관람객들로 가득 차있다. 사진 촬영 = 배소현 기자.

조용한 몰입을 의도했던 본래 취지와 달리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관람 환경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비트 슬롯이 대중적 인기를 얻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공간의 본래 의도와 관람객 경험 사이에 간극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국립중앙비트 슬롯은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중문화 흥행과 뮷즈 열풍이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고, 역사 전시가 깊이를 더하면서 비트 슬롯은 세대와 문화가 소통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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