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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장기 요양기관의 서비스 질 향상과 부정 수급 방지를 위한 ‘지정갱신제’가 올해 6월 처음 시행되면서, 현장에서 혼선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제도 도입을 통해 공공재정 투입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용자 권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행정 역량이 부족한 중소 요양기관들은 “절차와 기준조차 명확히 전달되지 않았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현행법상 행정사 외에는 인허가 신청을 대리할 수 없어, 준비 과정에서 불법 대리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질 관리는 필요하지만, 체계적인 안내와 제도적 지원 없이 추진될 경우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2018년 12월 개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장기 요양기관 지정의 유효기간(6년)과, 일정 기간마다 재지정을 받도록 하는 ‘지정갱신제’가 도입되었고, 올해 첫 심사를 시작한다.
올해 12월까지 지정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장기 요양기관은 약 1만 7,000개소에 달하며, 이들 기관은 9월 초까지 갱신 신청을 완료해야 한다. 서비스 수준이 낮거나 행정 처리에 미흡한 기관은 재지정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시행 첫해를 맞은 현장에서는 기준과 절차에 대한 안내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요양기관 관계자들이 소통하는 온라인 카페에는 “시청이나 공단에서 지정갱신 관련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현행법상 보건복지부나 지자체에 제출하는 민원이나 인허가 신청은 행정사가 아닌 경우 제삼자의 대리가 금지돼 있다. 즉, 요양기관 직원이나 일반 자문 업체가 서류를 대신 접수하거나 작성하면 불법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전문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소규모 기관 처지에서는 행정 인력이 없어 현실적으로 감당이 어렵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해외 복지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요양기관 갱신 및 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 정부의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청(CMS)이 인증한 요양기관(SNF)을 대상으로 정기 실사(Survey)를 시행한다. CMS는 ‘품질 지표’를 기반으로 각 기관을 평가하며, 결과는 'Care Compare'라는 공공 포털을 통해 공개된다.
최근에는 ‘특별집중개선시설(SFF)’ 명단도 공개되는 등 상습 부실 기관의 퇴출이 강화되고 있다. 부적합 기관은 자격이 박탈되거나 지급 제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독일에서는 각 주 정부의 위임을 받은 건강보험 의료서비스검사원(MDK)이 요양기관에 대한 수시·정기 평가를 수행한다. 평가 항목은 의료·간호 품질, 인력 배치, 시설 위생, 이용자 권리 보장 등으로 세분돼 있으며, 점수는 A부터 E까지 등급화돼 공공 포털(Pflegelotse.de)에 공개된다.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으면 이용자 수가 급감하는 등 자정작용이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요양기관들은 낮은 등급이 되지 않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
일본은 지자체가 장기 요양기관에 대해 지정갱신 심사를 정기적으로 수행하며, 인력 기준·시설 요건·운영 실적 등을 종합 평가한다. ‘부적정’ 판정을 받을 경우, 지자체는 지정 취소 또는 업무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일본은 ‘사전 지도·점검’을 강화해, 기관이 스스로 개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병행한다.
이들 국가는 단순한 자격 박탈에 그치지 않고, 기관이 충분히 제도를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평가 항목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컨설팅·가이드라인 제공 등 제도 정착을 위한 행정 지원 체계도 갖추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단순한 자격 심사에 그치지 않고, 예방적이고 지원 중심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행정사법인 관계자는 “지정갱신제 관련 문의가 급증하면서 기존 1~2명의 인력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라며 “중소 요양기관의 경우 기본적인 서류 준비조차 어려운 사례가 많다. 행정 대행을 무조건 불법으로만 간주할 게 아니라, 공공성과 투명성을 갖춘 지원 체계를 병행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