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시내 슬롯 머신 버그 매장 전경. 사진=뉴시스
사진은 서울 시내 슬롯 머신 버그 매장 전경.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자금 압박 완화를 위해 전국 15개 점포를 내년 5월까지 순차적으로 폐점한다. 이미 결정된 8곳까지 포함하면 총 23개 점포가 문을 닫게 되면서, 내년 상반기 말 기준 점포 수는 106개로 줄어 할인점 업계 3위로 밀려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슬롯 머신 버그가 지난 13일 긴급 생존경영 체제 전환을 선언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회사는 68개 임대 점포 중 15개 지점을 추가 폐쇄하기로 결정했으며, 본사 직원 대상 무급휴직제도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폐점 대상에는 △서울 시흥점·가양점·일산점 △인천 계산점 △안산고잔점 △수원원천점 △화성동탄점 △천안신방점 △대전문화점 △전주완산점 △대구동촌점 △부산 장림점·감만점 △울산 북구점·남구점 등이 포함됐다. 이에 앞서 회생 절차 전부터 8개 점포(△안산선부점 △동청주점 △부천상동점 △동대문점 △부천소사점 △순천풍덕점 △신내점 △부산반여점)의 폐점이 결정된 바 있어, 총 23개 지점이 영업을 중단하게 된다. 이미 대구 내당점은 지난 14일 12년 만에 문을 닫았다.

회사 측은 "폐점 대상 점포 직원들의 고용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표면적으로는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이는 명백한 통매각 포기 선언이자 분할매각·청산을 위한 사전단계"라고 주장했다. 특히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산산조각 내고 '먹튀'하려는 계획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향후 자가매장까지 폐점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대규모 폐점 결정은 슬롯 머신 버그가 회생 절차 개시 후 5개월 만에 내린 극단적인 생존 조치로, 유통업계의 구조조정 가속화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슬롯 머신 버그의 추가적인 경영 악화와 시장 점유율 축소가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오는 9월 22일 최종 인수예정자를 결정하고, 10월 17일까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회사 감사인이 최근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표명한 가운데, 2024/2025 회계연도(FY 24/25) 실적은 EBITDA-리스부채 상환 기준 -1,600억 원 적자로 추산됐다. 즉, 홈플러스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에서 임대점포 유지비용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1,600억 원의 손실을 봤다는 의미로, 판관비율도 35%로 매우 높은 상황이라 인수 성사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크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26년 상반기 말 홈플러스 점포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곳 감소한 106개로 줄어, 이마트(133개), 롯데마트(112개)에 이어 업계 3위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동사 인수 후보로 여러 기업들이 리스트에 올랐다는 언론보도들이 있었으나, 해당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은 대부분 사실 무근이라는 반박 보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서 동사는 할인점으로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9월까지 새로운 인수자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9~10월에 홈플러스 M&A가 성사되지 않으면, 추가 점포 구조조정도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 이마트, 롯데마트의 반사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18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홈플러스의 대규모 폐점과 M&A 전망에 대해 "예상된 조치"라며 회생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M&A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며, "대형마트 시장이 축소되는 구조적 한계와 홈플러스의 낮은 매력도가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만약 M&A 성사가 가능했다면 MBK가 굳이 회생 절차와 파산 신청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15개 점포를 폐쇄하는 결정도 인수합병을 위한 조치라기보다 사실상 파산 절차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점이 이마트·롯데마트에 일시적인 반사 이익을 줄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대형마트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라 큰 수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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