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스터 슬롯 본사, 출처-미스터 슬롯 누리집]](https://cdn.ekoreanews.co.kr/news/photo/202508/81613_101960_454.png)
[이코리아]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에서만 총 6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건설업계 전반의 산재 문제 중에서도 단일 기업 기준으로 최다 수준이다. 특히 2월 세종–안성 고속도로 공사 현장 붕괴로 4명이 숨진 데 이어, 3월 평택 주택 공사 현장 등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관리 부실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4명의 근로자 사망사고를 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면허 취소' 검토 지시로 주목을 받은 포스코 이앤씨보다 사망사고 건수가 더 많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전 현장에 대해 산업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국제표준(ISO 45001) 인증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사고 건수가 오히려 증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미스터 슬롯 본사와 전국 건설 현장 25곳에 대해 기획 감독에 착수했다. 올해 발생한 잇단 사망사고가 단순 작업자 과실이 아닌 구조적 관리 부실의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공식 사과와 함께 신규 수주 활동을 전면 중단했지만, 구체적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이 또한 최근 들어 잇단사망사고를 낸 포스코이앤씨와 유사한 형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잦은 사망사고 배경으로 ▲공정 집중 시기 도래로 위험 작업 비중 확대 ▲다단계 하청 구조에 따른 안전 사각지대 ▲보고·관리 체계의 경직성 등이 꼽힌다. ISO 45001은 안전보건 정책·절차를 국제 기준에 맞게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제도지만, 인증이 곧 현장 안전 확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영국과 호주는 제도·관행 차원에서 안전 지표의 투명성이 높다. 영국은 ‘RIDDOR(중대 재해 보고 규정)’에 따라 고용주가 사망·중대 상해 등을 의무 보고하고, 규정·방법을 전부 공개한다. 호주는 ‘Safe Work Australia’가 산업별 사망·재해 통계를 매년 공개하며, 건설업의 치명상·추락사 지표까지 세분화한 대시보드를 제공한다. 일부 글로벌 기업은 이에 호응해 손실시간재해율(LTIFR) 등 현장 지표를 연례보고서로 정례 공개한다.
국내에서도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일부 대형 건설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나 통합보고서를 통해 안전보건 지표를 정례 공개한다. 이는 외부의 비교·평가 압력을 만들고, 내부적으로도 목표–성과–개선의 선순환을 촉진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안전 활동 지수나 작업허가제(PTW) 점검률 등 내부 핵심성과지표(KPI)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재해율·사망 건수 등 핵심 지표를 외부에 정례적으로 공개하는 관행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증은 받았지만 실적은 보이지 않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라고 우려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잦은 사고는 ‘인증의 형식화’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증 취득 이후에도 안전 지표 공개, 외부 검증, 위험 공정 집중 시기의 인력·예산 우선 투입이 병행되지 않으면 국제 인증은 ‘서류상 안전’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이코리아>에 “사고 이후 강도 높은 안전관리 변화를 내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정부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8월 중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강도 높은 안전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