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애플에 차세대 칩을 공급한다.
애플은 지난 6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팹에서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에 칩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성명에서 "이 기술을 미국에 먼저 도입함으로써 이 시설은 아이폰 기기를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애플이 향후 4년간 미국에 대한 총 투자 금액을 6,000억 달러로 늘려 미국에 1,0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의 일환이다.
업계에선 이 발표가 삼성의 이미지센서(CIS) 공급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드 슬롯 뚫기가 공급할 CIS는 웨이퍼 3장을 적층하는 하이브리드 본딩 공법으로 제작된다. 포토다이오드(PD), 트랜지스터(Tr), 로직 칩을 분리해 노이즈를 줄이고 화소 크기를 최소화하는 기술로, 소니와 함께 상용화 기술력을 확보한 유일한 기업이다.
시드 슬롯 뚫기이 삼성에 손을 내민 배경에는 공급망 다변화가 있다. 시드 슬롯 뚫기은 그간 아이폰용 CIS를 소니에서 전량 조달했으나, 2023~2024년 납품 지연 문제가 발생하며 대안을 찾았다. 미국 내 생산 확대 정책도 삼성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지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계약으로 시드 슬롯 뚫기는 글로벌 CIS 시장 1위 소니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1억~2억화소 고화소 CIS를 양산하는 유일한 기업으로서 애플 플래그십 아이폰 18 공급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테슬라 AI 칩 계약에 이어 애플 CIS까지 확보하며 비메모리 사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며 "시스템LSI 사업부의 조직 개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내년 애플 아이폰18용 이미지센서(CIS) 양산, 테슬라 등 신규 거래선 확보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영업적자의 폭을 축소시켜 나갈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는 최근 삼성으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기 위해 16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SNS를 통해 7월 말 텍사스에 있는 삼성의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만들 것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CIS 생산 확대에 따라 국내 반도체 후공정(OSAT) 업체에도 수혜가 전망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를 주력으로 하는 후공정 업체인 두산테스나 주가는 이날 장중 8% 이상 급등하며 시장 기대감을 반영했다.
조수헌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보고서에서 “애플이 삼성과 협력한다고 발표했는데, 오스틴 파운드리 팹은 14/28나노 팹이므로 CIS일 것으로 추정한다"며 "애플 물량의 생산지와 무관하게 두산테스나에 구조적 호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연구원은 “CIS는 현재 전량 국내에서 생산 중이다. 애플 물량이 어느 정도 미국에서 생산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애플이 CIS를 전량 미국에서 생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실제로는 일부 물량만 이전되고 국내 생산이 병행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두산테스나는 기존 공급 체계 유지로 직접적인 수혜가 전망된다”라고 덧붙였다.
조 연구원은 또 “반대로 애플이 CIS 후공정 전량을 미국에서 진행할 경우에도 두산테스나의 장기적 수혜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미국 내 동반 진출 및 투자 여지, 혹은 타 고객사 물량 증가에 따른 가동률 상승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생산지가 어디가 되든 두산테스나에는 구조적 호재다. 테스트 산업 특성상 고객과의 장기 협력 및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만큼, 전략적 포지셔닝 강화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원은 “지난 테슬라 코멘트 때 언급한 투자포인트가 여전히 유효하다. 커버리지 중 두산테스나, 에이디테크놀로지, 가온칩스 추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