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금융지주사 주총 위크의 막이 오른 가운데,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 지배구조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오는 23일 4대 금융 중 처음 주주총회를 여는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진옥동 회장 내정자 선임에 반대 의견을 밝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16일 제3차 위원회에서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차기 회장 내정자 선임 안건과 관련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또한 성재호·이윤재 사외이사 선임에도 반대표를 내기로 했다. 다른 사외이사 선임이나 정관 변경,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등 기타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이 밝힌 진 회장 내정자 선임 반대 이유는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었다. 이는 과거 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진 내정자는 지난 2021년 해당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의적 경고’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취업제한 조치가 따르는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처분했으나, 금융위원회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수위가 한 단계 떨어졌다. 신한은행이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을 수용하는 등 라임 펀드 피해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 징계 경감의 이유였다. 반면, 시민단체 및 피해자들은 진 내정자가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부랴부랴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민 조정안을 수용한 것 아니냐며 제재심 결과를 비판했다.
실제 신한은행은 라임CI펀드와 관련해 분조위 결과가 나온 뒤 이틀 만에 수용 의사를 밝혔는데, 이날은 또한 진 내정자 제재심이 열리기 불과 하루 전이었다. 당시 금융정의연대는 신한은행의 분쟁조정 수용을 “진옥동 행장 구하기”라고 평가하며 “사적화해도 아닌 분쟁조정 수용을 피해구제로 포장하는 신한은행에 대해 금감원이 징계 수위를 경감하는 것은 피해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나머지 두 사외이사에 대한 반대 이유도 진 내정자와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이들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 소홀”을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는데, 이는 과거 신한금융 채용비리 및 부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이들이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 내정자의 선임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신한금융위 최대 주주이지만 지분율은 7.69%에 불과하기 때문. 반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이미 진 내정자 회장 선임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넘는 신한금융지주의 소유구조를 고려할 때,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차기 CEO 선임 결과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2021년에는 ISS가 진옥동 당시 행장(기타비상무이사)를 포함해 6명의 사외이사에 대한 연임 안건에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70% 이상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가결된 바 있다.
다만 ISS가 진 내정자 선임 안건을 제대로 검토한 것이 맞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실제 ISS는 2년 전 “진옥동 이사 후보자에게 부과된 높은 수위의 사전 제재는 이사로서 자질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반면, 이번에는 “진 내정자는 신한금융 리스크 관리를 개선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고 라임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며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국민연금의 진 내정자 회장 선임 반대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소유구조가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 또한 금융지주사 CEO의 장기 연임에 반대하는 입장을 꾸준히 내비쳐왔다. 이 때문인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등이 결국 '세대교체'를 이유로 연임을 스스로 포기했으며, NH농협금융도 손병환 전 회장에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으로 CEO를 교체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금융권의 ‘셀프 연임’ 관행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 아니냐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관치’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나온다. 소유구조가 명확한 재벌·대기업과 달리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해서만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할 경우, 친정부 인사를 낙하산 CEO로 앉히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한편 신한슬롯 카지노은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진 내정자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임기 시작을 앞두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라는 부담을 안게 된 진 내정자가 향후 신한슬롯 카지노그룹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