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과학연구원 누리집
= 기초과학연구원 누리집

[이코리아] 국내 연구진이 치매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뇌 속 노폐물’을 수술이나 약물 없이 마사지만으로 안전하고 간편하게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내며 주목받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은 뇌 속 노폐물이 눈·코 옆 얼굴 피부 아래 림프관과 턱밑샘 림프절을 통해 배출된다는 새로운 경로를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냈다고 밝혔다. 또 연구진은 이 배출 경로에 정밀한 물리적 자극을 가하면 뇌척수액 배출을 두세 배가량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해,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안전하게 노폐물을 원활히 청소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IF 50.5)에 온라인 게재됐다.

= 네이처 갈무리
= 네이처 갈무리

뇌에서 생성되는 대사 노폐물은 뇌척수액을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 속에 쌓이면 신경세포를 손상해 인지기능 저하, 모바일 슬롯 게임 등의 신경퇴행성 질환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 되며, 특히 노화에 따라 뇌척수액의 노폐물 배출 능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연구팀은 림프관에 형광 표지자를 발현하는 생쥐 모델과 생체 이미징 기술을 활용해, 뇌척수액이 얼굴의 특정 림프 경로를 통해 체외로 빠져나가는 과정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 노화에 따라 약화된 뇌척수액 배출 기능을 정밀한 물리적 자극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노화된 쥐에서 코안 쪽 림프관과 입천장 림프관은 변형되어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저하됐지만, 얼굴 피부 아래의 집합림프관은 구조와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됨을 발견했다. 이 집합림프관은 두개골 안쪽의 뇌척수액을 바깥쪽으로 빼주는 펌프 역할을 하는데, 노화된 쥐의 얼굴 피부 아래 집합림프관에 정밀한 저강도의 기계적 자극을 준 결과 뇌척수액 배출이 두세 배가량 늘어남을 확인했다.

비침습적인 자극으로 뇌척수액 배출을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임상시험에 더 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고규영 단장은 “이번 성과는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뇌척수액 배출 경로의 지도를 완성한 것은 물론, 뇌척수액의 배출을 뇌 외부에서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라며, “향후 치매를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픽사베이
= 픽사베이

기억을 잃게 되는 치매는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도 커 암보다 두려운 질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도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 질환 정복을 위한 다각적인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 항체 기반 약물, 줄기세포 치료, 혈관 보호, 혈액진단 등 여러 전략이 임상 시험을 거치며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먼저 약물 치료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 중 하나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 ‘레카네맙(lecanemab)'이 2022년 말 임상에서 인지 저하 속도를 27% 늦추는 효과를 보였으며, 2023년 미국 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또 다른 항체 치료제인 ‘도나네맙(donanemab)’도 2024년 승인되며 치료 옵션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레카네맙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에 직접 작용하는 첫 번째 치료제지만, 초기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고 고가의 가격에 사용하기 까다로운데다 부작용 역시 크다는 단점이 제기된다.

이 외에도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창업된 기업 아델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후보물질 ADEL-Y01로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스타트업인 뉴로핏은 아밀로이드 베타 덩어리를 겨냥한 치료제의 부작용을 AI를 통해 추적·분석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줄기세포 치료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고려대 연구팀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에서 분화시킨신경전구세포(Neural Progenitor Cell)를 혈관성 모바일 슬롯 게임 동물모델에 주입한 결과, 염증 반응 억제와 미엘린 재생, 기억력 회복 등의 유의미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바이오 기업 ‘미래셀바이오’는 동종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중간엽줄기세포(MMSC)를 활용해 혈관성 치매 모델에서 인지 기능과 혈관 구조를 회복시키는 성과를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세포치료제 전문개발사인 롱에버론(Longeveron)이 경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골수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2a상임상에 돌입한 상황이다.

진단 기술도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미국 FDA는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혈액검사 키트를 승인했다. 이 키트는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농도를 측정해 90% 이상 정확도로 치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PET 스캔이나 뇌척수액 검사에 비해 접근성과 편의성이 크게 향상됐다. 국내에서도 피플바이오, 퀀타매트릭스, 웰니스컴퍼니올리브 등 다양한 기업들이 치매 진단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해 내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치매 환자 수는 약 5,70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60% 이상이 중저소득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 또 매년 약 1,000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치매는 현재 세계 7대 사망 원인이자 노년기 장애와 의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WHO는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치매 대응 글로벌 행동계획’을 수립하고, 각국 정부에 조기진단 확대, 돌봄 체계 강화, 인식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보고서는 "WHO는 치매를 공중보건의 우선순위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치매 극복을 위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촉구했다. 치매 환자와 그 보호자에게 최고 수준의 치료 서비스를 보장하려면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 기준에 따른 적절하고 지원적인 입법 환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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