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한낮 기온이 35℃가 넘는 여름의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지난 6월부터 장마가 시작되어 제주도에 하루 200mm가 넘는 폭우가 내리는 등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 무더운 날씨와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여름은 어느 때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장마’는 비가 자주 내리고 오래도록 내린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한자어로는 장마 임(霖),비 우(雨)를 붙여 ‘임우(霖雨)’라고 부른다. 나무 이름 중에도 ‘비’가 들어가는 나무가 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모감주나무’다.



모감주나무라는 이름은 중국의 한 주지 스님의 법명인 ‘묘감’에 ‘구슬 주(珠)’자를 붙인 ‘묘감주’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나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모감주나무의 열매 안에는 구슬처럼 검고 광택이 나는 단단한 씨앗이 있는데, 이는 염주를 만드는 데 사용하여 ‘염주나무’라고도 불린다.
한편, 모감주나무의 비와 관련된 이름은 영어 이름에서 살펴볼 수 있다. 모감주나무는 영어로 ‘Goldenrain tree’ 즉 황금비가 내리는 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모감주나무 꽃은 초여름인 6~7월에 피는데 나무 끝의 커다란 꽃뭉치에서 밝은 노란색 꽃이 수십 개가 모여 달린다. 그 모습이 흡사 나무에서 황금색 비가 내리는 듯 아름다워 ‘Goldenrain tree’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슬롯 조작의 쓰임새로 이름을 붙였지만, 서양에서는 슬롯 조작의 외형에서 이름을 붙인 것을 볼 때 동일한 슬롯 조작를 보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는 차이점이 새삼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모감주슬롯 조작와 유사한 무환자슬롯 조작는 열매가 과육에 둘러싸인 핵과 형태이고 잎의 배열이 모감주슬롯 조작와는 다르다. 무환자슬롯 조작는 귀신이 무서워하여 집 안에 심으면 우환이 없다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무환자나무의 꽃은 작아서 모감주나무처럼 화사하지 않지만, 가을에 익는 열매는 둥근 단지 모양으로 매력적이다. 특히 무환자나무의 열매껍질은 비누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 영어로 ‘Indian soapberry’, 즉 인도 비누 열매라는 뜻으로 불린다. 앞선 모감주나무 이름의 유래와는 다르게 동양과 서양에서 모두 나무의 쓰임새로 이름을 붙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멀구슬슬롯 조작는 모감주슬롯 조작, 무환자슬롯 조작와는 동일한 과(Family)에 속하지 않지만, 잎의 형태와 꽃이 화사하다는 특징이 유사하다. 멀구슬슬롯 조작라는 이름은 멀건 구슬 같은 열매가 달리는 슬롯 조작라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멀구슬슬롯 조작는 커다란 꽃뭉치에 수십 개의 연보라색 꽃이 피는데, 5개로 갈라진 꽃잎 중앙에 10개의 수술이 서로 붙어 원통 모양을 이루고 그 안에 암술이 있는 매우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수십 개의 꽃은 가을이 되면 동글동글한 열매를 맺는데, 겨울이 되어 잎이 떨어지고 나서도 오래도록 슬롯 조작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가 인상적이다.







모감주슬롯 조작, 무환자슬롯 조작, 멀구슬슬롯 조작는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 관상 가치가 높은 우리슬롯 조작이다. 아쉽게도 이들 슬롯 조작는 대부분 겨울에 추위를 견디는 내한성이 낮아서 주로 남부지방이나 해안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모감주슬롯 조작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희귀한 슬롯 조작로 안면도, 완도군, 포항시의 군락지가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세계 최초로 엽록체 DNA 유전자지도를 해독하고, 사람의 지문이 모두 다른 특성으로 개인을 구별하는 것처럼 모감주나무의 개체를 99.9999% 이상의 확률로 식별할 수 있는 DNA 지문 분석 기술을 개발하여 과학적인 보존 기술을 확보하였다.
이처럼 모감주슬롯 조작를 아름다운 관상수이자 밀원가치가 높은 밀원수로 또한 우리나라의 귀한 생명 자원으로 활용하고 보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 우리 주변에서 모감주슬롯 조작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어린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