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청(EPA), '발전소에 대한 바이든-해리스 EPA 규제 폐지 제안, 확정되면 미국인 연간 10억 달러 이상 절감' 주장 내용. 출처=미국 환경보호청(EPA) 공식 엑스(X) 계정 갈무리 
미국 환경보호청(EPA), '발전소에 대한 바이든-해리스 EPA 규제 폐지 제안, 확정되면 미국인 연간 10억 달러 이상 절감' 주장 내용. 출처=미국 환경보호청(EPA) 공식 엑스(X) 계정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이 에너지 정책의 기로에 섰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술 기업들은 청정에너지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석탄·석유 중심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충돌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이 주도하는 미국 데이터센터 연합(DCC)이 최근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존 튠에게 서한을 보내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유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5월 하원을 통과한 감세 법안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조금 축소를 골자로 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상원 통과 전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빅테크 업계는 이번 법안이 시행될 경우 신재생댄 슬롯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전력 요금 인상과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MS와 구글은 이미 배터리 댄 슬롯 저장장치(BESS), 태양광 발전소 등 청정댄 슬롯 인프라에 직접 투자해왔으며, 이에 따른 세제 혜택이 사라질 경우 경영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데이터센터 연합의 사이 맥닐 연방 에너지 정책 책임자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는 우리 업계의 속도감 있는 도전 과제”라고 밝혔다.

AI 경쟁 속에서 전력 확보는 기술기업들에게 점점 더 전략적인 사안이 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24시간 가동되며 도시 수준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어, 신재생댄 슬롯 확보가 기업 생존의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보조금을 급격히 줄이면 지역 경제와 기업 투자에 타격이 클 것"이라며 유예를 주장한 반면, 재정 강경파는 "과도한 지출을 막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주권’을 내세우며 바이든 시대의 기후 정책을 전면 뒤집고 있다. 리 젤딘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현 정부는 석탄, 석유, 가스를 억제하는 규제를 폐지함으로써 미국의 에너지 주권을 회복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EPA는 2012년 이후 강화된 석탄발전소의 수은·유해물질 배출 기준을 폐지하고, 2012년 규정으로 되돌릴 방침이다. 이로 인해 석탄 발전 업계는 향후 10년간 약 200억 달러(약 27조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 EPA의 설명이다. 

젤딘은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기는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이라며, “바이든 정부의 규제는 편협한 기후 변화 열정에 따른 산업 파괴였다”고 비판했다. EPA는 바이든 정부의 규제가 플로리다, 텍사스, 펜실베이니아 등 12개 주의 석탄 발전소에 "규제 불확실성"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환경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 소송전문매체 코트하우스 뉴스 서비스에 따르면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 시에라 클럽, 생물다양성센터 등은 11일 트럼프 행정부가 “법 제7412조(i)(4)항을 부당하게 악용해” 수은 배출 기준을 회피했다고 주장하며 컬럼비아 특별구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이들은 “트럼프 정부는 기술적 문제가 없음에도 비용을 이유로 발전소를 구제했다”며, “면제 조치는 2028~2037년 예상됐던 수은·비소 등 유해물질 감축 효과를 무력화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5월 석탄발전소의 수은·비소 배출 기준을 강화하며 2027년까지 시설 개선을 의무화했었다. 이들 단체는 "2028년부터 2037년까지 이 기준은 수은, 비소, 니켈 및 기타 독성 금속의 상당량을 줄여 텍사스와 노스다코타에서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로 전국적으로 더 깨끗하고 건강한 공기와 물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면제 선언은 적절한 근거 없이 이러한 공중 보건 혜택의 실현을 위태롭게 한다"고 규탄했다. 

이번 규제 철폐 조치는 바이든 전 미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법은 2022년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수백억 달러의 민간 청정에너지 투자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하원에서 통과된 이번 감세 법안은 IRA의 핵심 조항 다수를 축소하거나 조기 종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향후 상원과 대통령 서명을 거치는 과정에서 미국 에너지 정책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AI 경쟁과 전력 수급 안정 문제가 결합되면서, 이번 갈등은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경제·안보 문제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WSJ는 “기술 기업들은 AI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전력 접근성이 관건”이라며, “청정에너지 지원 축소는 미국의 기술 패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화석연료 확대가 에너지 안보와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며 맞서고 있다. 미국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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