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리츠금융지주
사진=메리츠금융지주

[이코리아] ‘홈플러스 사태’라는 악재에 직면한 메리츠금융그룹이 계열사 건전성 관리를 위한 자금 지원에 나섰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9일 자회사 메리츠증권이 강원 랜드 슬롯 머신 후기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신주 400만주를 주당 1만2500원에 발행해 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결의했다. 발행된 신주는 메리츠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한 메리츠금융지주가 모두 인수할 예정이다.

메리츠증권이 지분 100%를 보유한 메리츠캐피탈 또한 같은 날 이사회에서 신주 100만주를 주당 5만원에 발행하는 내용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즉, 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증권→메리츠캐피탈로 연쇄 출자하는 구조다.

강원 랜드 슬롯 머신 후기 이번 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 500억원을 손실흡수능력 확충 및 자본안정성 제고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메리츠캐피탈의 건전성 지표는 부동산 경기 침체 및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의 영향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캐피탈은 그룹 계열사와의 연계 영업을 통해 기업금융,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을 늘리며 성장해왔으나,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건전성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게다가 지난 3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메리츠캐피탈의 건전성 저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홈플러스 점포를 담보로 약 1조2000억원의 자금을 빌려줬는데, 메리츠증권이 6551억원,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각각 2808억원을 대출했다. 메리츠캐피탈이 홈플러스 관련 부실채권 2808억원을 올해 1분기 중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하면서 건전성 지표는 더욱 악화된 상태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에 따르면, 3월말 기준 강원 랜드 슬롯 머신 후기의 고정이하자산은 6710억원, 요주의이하자산은 1조329억원에 달한다. 1개월 이상 연체율과 고정이하자산비율은 3월말 기준 각각 5.6%, 9.7%으로 전년 말 대비 2.2%p, 6.4%p 상승했다. 홈플러스 대출을 제외하면 고정이하자산비율이 5.9%로 낮아지지만, 업계 평균(4.9%)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건전성 관리에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건전성 지표 저하 추세가 반전될지는 아직 확신하기 이르다. 나신평은 “(이번 유상증자가) 재무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지속되고 있는 자산건전성 저하 추세는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2022년 하반기 이후 시장금리 상승 및 부동산 경기 하락 등의 영향으로 연체자산 및 요주의 자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건전성 저하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신평은 “(메리츠캐피탈은) 자산 매각 및 공매 진행 등을 통해 부실여신의 회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부동산경기 저하 등으로 회수에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홈플러스) 담보권 실행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제약 여건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회수 지연으로 인해 영업자산의 운용효율성이 당분간 저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복적인 자회사 지원으로 인해 메리츠증권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메리츠증권은 이미 지난해 6월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의 자금을 메리츠캐피탈에 지원한 바 있다. 또한 메리츠증권은 같은 달 메리츠캐피탈이 보유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자산 중 요주의이하여신 2852억원(대출원금 3278억원)도 이전받았다.

나신평은 “출자금액 500억원은 메리츠증권의 올해 3월말 기준 자기자본(6.8조원) 및 지난해 연간 순이익(6301억원) 규모를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번 유상증자 참여가 메리츠증권의 신용도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했다.

다만 나신평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시장금리 상승 및 부동산 경기 하락 등으로 메리츠캐피탈의 자산건전성이 빠르게 저하되면서,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에 대한 재무적 지원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신용도에 부담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