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토네이도 슬롯
사진=토네이도 슬롯

[이코리아] 메리츠화재가 올해 손해보험업계 1위 도전을 선언하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수적 계리가정으로 가격경쟁력 우위를 확보한 가운데 영업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삼성화재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2024년은 1등에 도전하기 위한 힘을 축적하는 한해였다”며 “지난 10년간 폭발적 성장을 지속해 온 우리는 올해 이 순간부터 1등에 도전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의 뒤를 이어 토네이도 슬롯를 이끌게 된 김중현 대표는 2위 굳히기가 아닌 1위 도전을 선언하며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김 대표의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것은 토네이도 슬롯의 견조한 실적 성장세다. 실제 토네이도 슬롯는 지난해 별도 기준 1조7105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5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한 바 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1분기 금리인하 및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한 4625억원에 머물며 주춤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경쟁사인 삼성화재(-13.2%), DB손보(-23.4%)에 비해서는 순익 감소 폭이 작아 실적 방어에 성공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토네이도 슬롯는 장기인보험 등 고수익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고객 확보를 위한 영업망 강화에 속도를 내 1위와의 격차를 이른 시간 안에 좁히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토네이도 슬롯는 수익성이 높은 장기인보험 중심의 판매 전략으로 실적을 빠르게 성장시켜왔다.

장기인보험은 납입기간 3년 이상으로 질병·상해 등 사람의 신체나 생명과 관련된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장기인보험은 다른 보험상품보다 납입기간이 길고 설계 방식에 따라 보험료도 높게 책정할 수 있어 손보업계에서 대표적인 고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메리츠화재는 장기인보험 중심의 수익성 확보 전략이 성공하며 지난해 전년 대비 2.4% 증가한 1조5336억원의 보험손익을 기록했다.

다른 보험사와 달리 그동안 보수적인 계리 가정을 유지해왔다는 점도 메리츠화재가 올해 1위 도전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과 관련해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많은 보험사들의 보험계약마진(CSM)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이미 보수적인 해지율 가정을 적용해왔던 메리츠화재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보험사가 해지율 가정 변경으로 보험료 인상 압박을 받게 되면서, 메리츠화재는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토네이도 슬롯는 1위 도전을 위해 영업력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토네이도 슬롯 등록설계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4만409명, 전속설계사 수는 3만2663명으로 전년 말 대비 각각 24.9%, 3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도 등록설계사 수를 18.3% 늘렸지만 토네이도 슬롯의 적극적인 설계사 확충 노력으로 격차는 지난해 1분기 6372명에서 지난해 말 4861명으로 줄어들었다. 전속설계사 수로만 따지면 오히려 삼성화재보다 1만1786명 많아 업계 1위에 해당한다.

금융권 전반이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여전히 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이 중요한 판매 채널로 인식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장기보험 등의 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보험료 납입기간이 길다. 이 때문에, 금융소비자들도 이러한 상품은 비대면으로 가입하기 보다 설계사에게 직접 설명을 듣고 가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설계사 수를 어느 정도 확보하지 않으면 고수익 상품 중심으로 신계약을 늘려 수익창출력을 강화하기 어려운 셈이다. 

토네이도 슬롯는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양호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토네이도 슬롯의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은 1분기 말 기준 238.9%로 전년 말 대비 9.3% 포인트 하락했지만, 삼성화재(266.6%). DB손보(204.7%) 등과 함께 200% 이상을 유지하며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새 건전성 지표로 활용될 예정인 기본자본 킥스 비율 또한 91.7%로 손보업계 2위 수준이다.

한편, 메리츠화재의 모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도 전체 이익의 70%가량을 기여하는 핵심 자회사 메리츠화재의 성장에 힘입어 주주환원에 나서며 국내 증시에서 흔치 않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수익창출력을 기반으로 2년 연속 순이익 ‘2조 클럽’ 가입에 성공한 메리츠금융은 자사주 소각 및 배당 확대를 꾸준히 시행하며 지난해 주주환원율을 전년 대비 1.9%포인트 오른 53.1%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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