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사단법인 서울환경연합]

[이코리아] 서울시가 동양하루살이와 같은 도심 곤충의 대량 발생에 대응해 ‘비화학적 방제’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조례는 정서적 이유만으로 곤충을 제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는 조례가 과학적 근거 없이 감정 중심으로 설계됐으며, 실질적인 생태계 보호 장치도 결여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름을 앞두고 서울 도심 곳곳에서 동양하루살이와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가 다시 출몰하고 있다. 곤충 전문가들은 기온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여름, 곤충들의 번식 속도와 빈도 또한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곤충은 사람을 물지도 않고 병을 옮기지도 않지만, 창문과 조명 주변에 몰려드는 ‘떼’의 형상은 시민들에게 징그러움과 불편함을 안긴다.

이를 이유로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대발생 곤충 방제 조례」를 통과시켰다. 해당 조례는 시민의 정신적 피해나 불쾌감이 클 경우, 해당 곤충이 생태적으로 유익하더라도 방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보기 싫다’라는 이유만으로 곤충을 제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 셈이다.

[사진-친환경 방제
[사진- 러브버그 유인제 포집기, 부유식 유인트랩. 출처-서울시]

서울시는 곤충 발생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자 비화학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제 전략을 시범 적용 중이라고 밝혔다. 성동구 뚝도시장 일대에는 청색광을 제거한 LED 조명이 설치됐고, 영동대교 한강 수면 위에는 부유식 유인 트랩이 운영되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러브버그 대량 발생이 예고된 은평구 백련산 일대에 광원·유인제 포집기도 도입된다.

김태희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사람과 곤충이 공존하는 생활환경을 조성하겠다”라며 “생활 속 대응 요령 콘텐츠를 제작해 시민 불편을 줄이고, 유행성 생활불쾌곤충을 친환경적으로 관리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대발생 곤충의 제거를 위한 정책 시행은 해외에도 간혹 있는 일이지만 정서적 불쾌감을 법적 방제 사유로 명시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미국 메릴랜드주 역시 ‘성가심 곤충(nuisance insect)’을 방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존재하지만, 이 경우에도 실질적인 생활 피해나 공공 위생상 위해가 있어야 하며, 방제 절차와 수단은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뉴욕시나 워싱턴DC 등도 병원성 곤충이나 침입종, 또는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는 해충에만 방제를 허용한다.

일부 환경단체에선 해당 조례의 입법 과정 자체가 성급하고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환경연합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의회가 왜 대발생 곤충 현상이 반복되는지에 대한 과학적 조사나 규명이 없이 조례부터 먼저 만들었다”라며 “대발생 곤충에 대한 정의도 모호하고, 방제 방식에 대한 친환경 원칙은 단순 권고에 그쳐 실제로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인 생태 대책 없이 시민 불편을 이유로 방제만 밀어붙이는 방식이어서 작년부터 꾸준히 반대해왔다”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이 강조하는 것은 ‘기준’이다. 아무리 친환경적 수단을 쓰더라도, 방제 대상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불분명하다면 조례의 남용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실제 사례로 ‘러브버그’ 방제 사례를 지목한다. 러브버그는 짝을 지어 날아다니는 습성으로 ‘징그럽다’라는 민원이 잦지만, 실제로는 공기 정화, 토양 미생물 증가 등 생태적으로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곤충이다.

그런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불쾌감을 이유로 러브버그를 대규모 방제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온라인 슬롯 사이트 추천과 새들까지 피해를 보는 생태계 교란이 발생했다. 이 사례는 조례와 같이 감정 중심 방제가 허용될 때 어떤 파장이 생기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로 해석된다.

서울과 경기 일부 지자체가 시행 중인 대벌레 방제 사업도 문제의식은 같지만, 방식은 다르다. 은평구와 고양시 등은 대벌레 대량 발생 이후 매년 봄 등산로 나무 기둥에 끈끈이 트랩을 설치해 대벌레를 잡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끈끈이 트랩에 붙어있는 각종 새털들과 피해를 입은 새들, 출처-봉산 생태조사단 인스타그램]
[사진-끈끈이 트랩에 붙어있는 각종 새털들과 피해를 입은 새들, 출처-봉산 생태조사단 인스타그램]

하지만 나무줄기를 오르내리는 건 대벌레만이 아니다. 박새, 딱따구리, 동고비 등 조류를 비롯해 청설모, 다람쥐, 고양이 등 숲속 동물들이 끈끈이에 붙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봉산 생태조사단’의 모니터링 결과, 끈끈이에 털이 엉겨 붙은 박새와 다량의 깃털 흔적이 다수 확인되었다.

전문가들은 “방제가 기술적으로 친환경적이냐보다 무엇을 방제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동양하루살이 역시 사람을 해치거나 병을 옮기지 않고, 성충으로서 하루 이틀밖에 살지 않는 곤충이다. 이들을 제거해도 구조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른 곤충의 대발생이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

이에 "시민 불편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조례가 감정적 판단에 따라 생명을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이는 공존이 아닌 선택적 제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라며 "결국 곤충을 죽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왜, 어떤 방식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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