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원전주가 다시 증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미국·유럽 등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SMR)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체코·카자흐스탄 등 해외 수주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원자력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전기술은 전일 대비 25.6% 급등한 8만9700원에 마감했으며, 한전KPS 13.9%, 두산에너빌리티 6.8% 등 프라그마틱 슬롯 체험 관련주들이 동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의 기저에는 미국 증시에서 나타난 원전주 급등이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SMR 설계 기업 오클로(Oklo)가 미국 국방부로부터 알래스카 공군기지에 75MW 규모의 SMR 설치 허가를 획득했다는 소식에 힘입어, 오클로(29.5%), 뉴스케일 파워(20.4%), 센트러스 에너지(8.4%) 등 원전 관련주들이 일제히 뛰었다. 이는 국내 원전주 투자심리를 자극하며 반사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최종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나, 허가 공고 하에서 오클로는 75MW 규모 SMR을 설계, 건설, 소유 및 운영하며 공군기지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라며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도하는 SMR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정책이 현실화됨에 따라 현지시간 11일 미국 원전주들의 주가 상승도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수주 기대감도 한몫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체코 두코바니 원전에 대한 최종 계약을 체결, UAE 원전 모델을 참고할 때 한전기술의 수주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정 연구원은 “설계 부문의 수주 규모는 UAE의 경우 2기에 약 7600억 원이었으나, AP1000으로의 설계변경 및 물가상승 등을 반영 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카자흐스탄 프라그마틱 슬롯 체험 입찰에도 한수원이 포함된 4개 업체가 숏리스트로 선정돼 건설 사업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 SMR 분야에서는 Oklo와의 기술 협력 외에도 캐나다 ARC와의 파트너십도 주목된다.
한편,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가 차세대 원자로 건설을 위해 1조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로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동원·하인환 KB증권 연구원도 “최근 미국과 유럽은 에너지 안보 차원의 원전 부활로 40년 만에 원전이 에너지 대전환의 중심에 있다"며 "특히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한국 원전 업체들은 △ 검증된 시공능력과 △ 공급망의 희소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향후 중장기 성장성 확보가 전망된다. 최선호주로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한전기술 역시 SMART, i-SMR 등 경수로 기반 모델을 개발 중이며, 2028년까지 표준설계 승인을 받아 2035년까지 상업화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원전 산업의 향후 성장 속도는 정부 정책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정 연구원은 “대선 이후 들어선 새로운 정부는 공약을 감안 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된 신규 대형 원전 2기 및 SMR 0.7GW을 설치하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한국형 SMR의 확대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