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해변 모래 시료 중 대형 미세미니 슬롯 머신 분류 및 분석, 제공-그린피스]](https://cdn.ekoreanews.co.kr/news/photo/202506/80582_100742_524.png)
[이코리아] 한국인이 플라스틱에서 유래한 유해화학물질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활 속 미세플라스틱 위협이 해양 환경을 넘어 인체에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다. 환경운동가들은 국내 규제 강화와 함께 국제 공조 체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국민 체내 플라스틱 노출 실태’ 조사에서 한국인의 프탈레이트, 유기인계 난연제 등 유해화학물질 체내 농도는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탈레이트는 미니 슬롯 머신을 부드럽게 만드는 가소제로, 화장품 용기, 일회용 포장재, 장난감 등에 널리 사용된다. 이는 호르몬 교란과 생식기능 저하 등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으로 둘러싸인 생활 환경에서 반복 노출되는 일부 화학물질이 암, 발달장애, 생식독성 등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환경 오염은 육상에 그치지 않는다.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과 그린피스가 제주 김녕 해변을 조사한 결과, 이 지역의 대형 미세미니 슬롯 머신 농도는 국내 평균의 약 4배, 중형 미니 슬롯 머신 농도는 무려 21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오염원은 스티로폼 부표에 사용되는 발포폴리스티렌(EPS)으로, 양식장에서 배출된 EPS 입자가 해류와 바람을 타고 해변 모래에 침적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플라스틱 원료인 ‘펠릿(Pellet)’은 대형 미세플라스틱 중 5.1%를 차지하며, 1㎡당 평균 42개가 발견돼 2016년 조사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펠릿은 산업단지 등에서 사용되는 원료로, 운송·유통 중 유실돼 바다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산업계 관리 부실이 바다 쓰레기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플뿌리연대 주최 ‘새로운 시작, 플라스틱 생산 감축으로’ 포럼에서 집중 조명됐다. 포럼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의 광범위성과 제도적 대응 미비가 함께 지적됐다.
해양 환경단체 디프다 제주 측은 특히 국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디프다 제주의 변수빈 대표는 “프리다이빙 방식으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한 결과,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약 2만 532kg의 폐기물 중 플라스틱 의료폐기물과 화학물질이 포함된 산업 폐기물 등 고위험 쓰레기가 다량 포함돼 있었다”라며, “이 같은 유해성 해양쓰레기는 국경을 넘어 확산할 위험이 커 국제 공동 모니터링 시스템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해양쓰레기 및 미니 슬롯 머신 유해 물질과학 분석과 정보 공유를 위한 국제 협력 체계가 활발히 운영 중이다.
![[사진-IAEA의 NUTEC Plastics, 출처-IAEA 누리집]](https://cdn.ekoreanews.co.kr/news/photo/202506/80582_100747_10.jpg)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플라스틱 오염 대응에 참여하고 있다. IAEA는 방사성 동위원소 추적 기술을 활용해 미세플라스틱 이동 경로와 환경 영향을 분석하는 ‘NUTEC Plastics’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60여 개국 연구기관과 협력해 해양 미세플라스틱 정량·정성 분석 역량을 높이고, 표준화된 분석 방법과 장비를 공유해 국가 간 데이터 비교와 공동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IAEA는 “핵기술은 플라스틱 오염 경로를 과학적으로 밝혀낼 강력한 도구”라며, 특히 저개발국 분석 역량 향상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 세계 18개국 이상과 연계해 ‘플라스틱 오염 및 해양쓰레기 국제적 동반관계(GPML)’를 통해 해양쓰레기 관련 정보 수집·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며, 디지털 기반 과학 자료 축적을 지원한다.
이 같은 사례는 과학 기반 정책 수립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감시 체계 구축의 중요한 선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해양과 대기, 인간 건강까지 영향을 미치는 플라스틱 오염 대응에는 국제사회와의 정보 공유와 협력이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도 동아시아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COBSEA(동아시아 해양환경협력계획)를 통해 10개국과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활동은 여전히 정책 수립 초기이거나 자발적 참여 중심에 머물러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단체는 “보다 강력한 의무적 정보 공유, 해류 기반 위해도 분석, 유해 물질 이동 경로 추적 등의 체계가 포함된 실행 중심 국제 공조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소장은 “플라스틱은 단순한 환경오염원이 아니라 지구와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물질의 매개체”라며 “전 지구적인 플라스틱 생산 규제와 국가 차원의 엄격한 유해 물질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