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공의료연계망 권역협력체계, 출처-공공의료연계망 누리집]
[사진-공공의료연계망 권역협력체계, 출처-공공의료연계망 누리집]

[이코리아]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된 민간 중심의 의료체계는 지역의료 공백을 심화시키고 있고, 특히 지방 공공병원은 인력·시설·재정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조승연 전 인천광역시의료원장은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한 연속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는 공공성이 부족한 민간 중심 구조로 인해 위기에 직면했다”며 “보건의료의 공공성 강화가 핵심 개혁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공공병원은 ‘만성 적자’와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며 경영 악순환에 빠져 있다. 규모·시설·인력의 부족은 필수의료 역량을 떨어뜨리고, 지자체별 여건 차이는 공공의료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임기제 원장 체제, 독립채산제와 책임경영제는 병원 운영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조 전 원장은 지역 공공병원이 “24시간 진료 가능한 포괄적 2차 종합병원으로서 지역 책임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한 ▲업무 및 보수의 표준 운영체계 수립 ▲총액예산 방식 지원과 공익적 적자 보전 ▲적정 병상·진료과목 확보 ▲의료인력 공급 체계 마련 ▲공공의료기관 간 전달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공공병원 확충과 인력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30일 민주당과 공동 개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실패한 의료 개혁을 반면교사 삼아 지속 가능한 ‘진짜 개혁’이 필요하다”며 ‘2025년 대정부 7대 요구안’ 실현을 강조했다.

요구안에는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의사제도 도입, 신규 슬롯 인력 지원, 적정인력 기준 마련, 착한 적자 국가 책임제 등이 포함된다. 특히 울산, 광주, 제천 등 신규 슬롯 부재 지역에서 신규 설립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해외 사례도 공공병원 강화가 우선이다. 프랑스는 ‘지방병원 계획(Hôpital de proximité)’을 통해 24시간 진료 가능한 지역 공공병원을 필수 인프라로 육성 중이다. 응급·노인·만성질환 진료 중심으로 민간병원과 협업하며 지역의료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브라질은 전국에 5만여 개의 기초보건센터와 가족건강팀(ESF)을 운영하고 있다.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한 팀이 약 3000명의 주민을 맡아 방문진료와 예방 중심 보건의료를 제공한다. 1차 의료의 공공적 기반을 지역 중심으로 튼튼히 구축한 대표적 모델이다.

전문가들은 “공공병원은 단순한 병원이 아니라 지역 생명선”이라며, 포괄 2차 기능 수행을 위한 지속 가능한 재정과 적정 규모 병·의·간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 전 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은 완결적 전달체계 속에서 운영돼야 하며,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 공공의원 신설, 통합돌봄 체계 구축 등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진옥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제3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2026~2030) 수립을 앞두고, 공공병원뿐 아니라 전체 공공의료기관이 완결적 전달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는 시장에만 맡길 수 없다. 브라질, 프랑스 등 해외 사례가 보여주듯 지역 기반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국가의 책임 하에 법·재정·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의료 불평등 해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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