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할 수 없게 된다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20일 TV조선 방송 연설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고용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 있어서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은 물론 범죄 전과자까지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법대로라면 조두순이 초등학교 수위를 한다고 해도 막으면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위쳐 3 슬롯 모드은 성범죄자 취업제한을 차별로 규정하나?
김 후보의 주장대로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4건의 차별금지법안은 모두 범죄 전과를 비롯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인종, 학력, 출신지역, 종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사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법률안 원문을 살펴보면 김 후보의 주장과 다른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혜영 당시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에는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법적 처벌의 효력이 사라진 전과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 아직 처벌 효력이 실효되지 않은 전과를 이유로 한 취업제한까지 차별로 규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4건의 차별금지법안에는 모두 “다른 법률의 규정에 따라 차별로 보지 아니하는 경우”는 차별금지법 적용 대상에서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다른 법률에 근거한 정당한 취업제한의 경우 차별금지법에 의해 무력화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내에는 이미 지난 2006년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가 도입된 상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법원의 성범죄 사건 판결과 동시에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받은 자는 최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취업이 제한된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아동·청소년 복지시설, 체육시설, 재활시설 등이 포함된다. 가정방문 학습교사, 공동주택 경비, PC방, 노래방 등 아동·청소년이 선호하거나 자주 출입하는 시설에 취업하는 것 또한 제한된다.
위쳐 3 슬롯 모드은 이처럼 아청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해 규정된 취업제한까지 무력화하는 법률이 아니다. 위쳐 3 슬롯 모드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조두순과 같은 성범죄자가 초등학교에서 학생보호인력으로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 金, “李, 과거 공공기관 성소수자 30% 채용 주장” 발언… 사실일까?
김 후보는 또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과거 한 행사에 참석해서 '공공기관, 금융기관에 성소수자가 30%를 넘기도록 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며 “저 역시 성소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에 특혜를 준다면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성남시장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17년이다. 당시 이 후보는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에 참석해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에 성소수자가 30%를 넘길 수 있도록 하고, 한쪽 성이 70%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발언 당시의 맥락을 살펴보면 이는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간성 등 일반적인 의미의 성소수자가 아니라 ‘소수(少數)의 성(性)’, 즉 노동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후보는 이후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SNS를 통해 “소수인 성인 여성의 비율이 30%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남성에 비해 임금차별을 받고 있는 여성을 잘못 표현한 것으로 동성애자가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로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현재는 너무 현안들이 복잡한 것이 많이 얽혀 있다. 이걸로 새롭게 논쟁·갈등이 심화하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언론, 혐오 발언 무비판적 받아쓰기 지양해야…"
한편, 김 후보의 발언으로 위쳐 3 슬롯 모드 논쟁이 재점화되자 위쳐 3 슬롯 모드 제정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특정한 사유로 사람을 다르게 대우하는 행위라도 다른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라면 모두 차별금지법의 예외에 해당한다”며 “한 법률이 다른 법률의 효력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당연한 내용이며, 최근 발의된 차별금지법들은 이를 별도로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대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이러한 모든 측면을 고려해서 이루어졌다. 김문수, 이준석 후보는 이 지점을 모르는 듯 하다”며 “모르는 것에 대해 배우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 민주사회의 공직자로서 갖춰야할 덕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연대는 언론에 대해서도 김 후보의 차별금지법 관련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확산시키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연대는 “김문수 후보의 방송연설에 대한 기사들은 제목부터 내용까지 ‘받아쓰기’와 다름 없었다”며 “언론은 혐오와 차별의 발언을 그대로 재현할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비판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