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민간 소비 증가율은 지난 10년간 1.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고령층의 소비 위축이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령 인구는 전체 소비 시장에서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지출 여력이나 소비 참여율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는 소비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보건, 오락·문화, 음식·숙박 분야의 소비 비중은 증가했지만, 전통적인 생필품과 교육 분야의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

링케 슬롯 성향의 변화는 특정 산업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제공한다. 고령화로 인한 링케 슬롯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자, 일부 기업에선 고령층의 특성과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맞춤 전략을 펼치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일동후디스는 저출산으로 인한 분유 수요 감소에 대응해 중장년층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하이뮨’은 시니어 소셜벤처 임팩트피플스의 2023년 조사에서 40~60대 중장년층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단백질 보충제로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누적 매출 5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기업이 고령층의 건강 니즈를 정조준해 성공한 대표 사례다.

고령층 링케 슬롯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도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단순한 현금 지원보다는 노동시장 참여 확대, 건강한 노화 지원, 사회적 고립 방지와 같은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령층이 경제 활동에 오래 참여할 수 있도록 직무 재교육, 유연 근로제 도입과 같은 정책과 더불어, 공공 서비스 접근성 확대도 병행돼야 한다는 권고다.

유럽에서는 ‘의미 있는 소비’와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령층 역시 의류 대여 서비스나 공유경제 기반의 생활 서비스 등 새로운 소비 형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소비를 넘어, ‘가치 중심’ 소비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흐름이다.

독일은 고령층을 포함한 중·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높이기 위해 소득세 감면, 시간당 15유로(한화 약 23400원)로 최저임금 인상, 외식업 부가가치세 인하 등 다양한 조치를 도입했다. 특히 외식·여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간접세 조정은 고령층 소비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지역 바우처 제공, 교통비 감면 등을 통해 문화·여가·관광 활동 참여도 장려하고 있다.

일본은 고령층이 자원봉사 등 지역 사회 활동에 참여하면 포인트를 지급하고, 이를 지역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는 고령층의 사회 참여와 지역 내 링케 슬롯를 동시에 촉진하려는 방식으로, 생활 반경 안에서 경제 활동을 강화하는 목적이다.

전문가들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고령층의 소비를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닌 경제 성장의 열쇠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며 “단기적 현금 지원을 넘어, 소득 보장과 사회 참여 기회 확대, 문화 소비에 대한 지원까지 다층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 ‘고령화와 가계 자산 및 소비’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보고서는 “그간 국내 고령가구의 소비 위축은 충분하지 않은 연금소득, 자산의 구성 방식 등 구조적 원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재의 청년·중년 세대가 이를 답습할 경우, 장기적으로 소비둔화에 따른 활력저하와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보고서는 고령가구의 노후 소득원을 다변화하는 방안으로 주택연금제도의 활성화를 제안한다. “주택연금제도는 2007년 제도 시행 이후 꾸준히 성장했지만, 가입률은 1%에 불과하다”라며, “주택연금의 적절한 유동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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