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2월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LG그룹 
사진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2월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LG그룹 

[이코리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도네시아를 전격 방문하며 글로벌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경영 행보에 다시 한 번 속도를 냈다. 지난 2월 인도 방문에 이어, 인도네시아를 직접 찾아 배터리와 가전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들과 함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위치한 합작법인 ‘HLI그린파워’를 찾아 전기차 배터리 셀 생산 라인을 꼼꼼히 살폈다. HLI그린파워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공동 설립한 배터리 셀 공장으로, 연간 10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구 회장은 전극, 조립, 활성화 공정 등 핵심 공정라인을 확인하며 “LG만의 차별화된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당부와 함께, 생산된 배터리 셀에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이 되길 기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직접 남겼다.

이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밝힌 “배터리 산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반드시 키워내겠다”는 구 회장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구 회장의 잇따른 글로벌 행보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성장 정체기)’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 하에, 니켈 등 핵심 자원을 보유한 인도네시아를 전략적 생산 거점으로 삼고 ‘원료-생산-수출’ 삼각 밸류체인을 정착시키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어 구 회장은 LG전자 인도네시아 찌비뚱 생산·연구개발(R&D) 법인과 현지 가전 유통 매장을 방문해 무인화 라인 등 미래형 제조 인프라를 확인하고, 글로벌 R&D 운영 전략 속 인도네시아의 역할과 가능성을 점검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생산 제품이 동남아와 중동·아프리카 시장으로 확대 공급되고 있는 만큼, 이 지역의 중장기 사업 전략과 성장 가능성을 직접 챙긴 것이다.

구 회장은 현지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현재의 격화되고 있는 경쟁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뒤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며 미래를 내다본 선제적 대응과 혁신을 강조했다.

이번 방문은 LG그룹의 글로벌 밸류체인 강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시장조사업체 SNL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단기적 캐즘에도 2035년까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약 2억8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동남아 최대 소비 시장이다. 또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의 매장량과 채굴량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이에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등 중장기 수요에 대응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전략 거점이다.

LG는 지난 1990년 LG전자의 인도네시아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0개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4곳은 생산 공장이다. LG의 이번 행보는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이머징 마켓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잇는 ‘신성장 동력의 축’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10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인도네시아는 니켈 원광석을 현지에서 공급받아 제조 단가를 최적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미들 니켈(NCM) 배터리를 현지에서 제조하면 LFP보다도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또 동남아 시장이 인도네시아를 피벗으로 전기차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구 회장이)점검차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전기차는 현재 중국산 저가 배터리 과잉 생산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인한 캐즘에 있고, 이를 극복하는 시기”라며 “이런 ‘한파’가 지나가야 정상적인 시장 구조가 가능해지고, 1~2년은 허리띠 졸라매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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