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 6월 글로벌 시장에서 나란히 판매 증가를 기록했지만, 상반기 누적 실적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슬롯 머신 효과와 기아는 지난 6월 각각 35만8891대, 26만9652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5%, 0.2% 성장했다.
현대차는 국내 판매(6만2064대)가 3.8% 늘며 실적을 견인했다. G80, GV70 등제네시스 브랜드는 1만454대를 기록, 프리미엄 시장에서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보였다. 반면 해외 판매(29만6827대)는 1.0% 증가에 그쳐 전체 실적 증가를 제한했다.
같은 기간 슬롯 머신 효과는 국내 4만6003대, 해외 22만2997대를 판매했다.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 등 레저용 차량(RV) 모델이 전체의 68%를 차지하며 탄탄한 내수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슬롯 머신 효과는 상반기 누계 기준 총 158만7161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 역대 최대 상반기 실적을 달성했다. 스포티지가 28만3512대로 최다 판매 모델에 올랐고, 셀토스(15만대), 쏘렌토(13만대) 등도 뚜렷한 판매세를 보였다.
슬롯 머신 효과는 올 상반기 국내외에서 총 206만6425대를 판매했다. 국내는 35만4900대로 전년 대비 2.7% 늘었지만, 해외 판매(171만1525대)는 0.4% 줄며 전체 성장률은 0.1%에 그쳤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RV 부문에서는 선전했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와 지역별 경쟁 심화가 성장 발목을 잡았다.
반면 중견 완성차 3사는 6월 나란히 판매 역성장을 기록하며 고전했다. 한국GM은 총 4만5165대를 판매했지만, 내수는 전년 대비 32.7% 급감한 1279대에 그쳤다. 수출 비중이 97%에 달할 만큼 해외 의존이 극단적으로 높아진 상태다.
르노코리아는 내수에서 그랑 콜레오스가 한 달간 4000대 넘게 팔리며 전년 대비 84% 증가하는 등 반짝 성과를 냈지만, 수출이 48.9% 급감하며 전체 판매는 4.8% 줄었다.
KG모빌리티도 전년 대비 1.4% 감소한 9231대를 판매했다. 내수는 26% 줄었고, 수출은 18% 증가했으나 전체 흐름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한편, 하반기 국내 완성차 업계는 △미국의 전기차 관세 적용 여부 △중국 및 유럽 내 가격경쟁 심화 △내수 시장 회복 여부 등을 주요 변수로 마주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하반기 EV5·PV5 등 신형 전기차 출시로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동시에 중견 3사의 내수 회복 전략과 모델 다변화 시도 역시 성패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생산 확대 효과에 주목하며 긍정적인 흐름을 기대했고, 또 다른 일각에선 ‘관세 리스크’와 ‘내수 정체’를 경고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데이터는 2025년 글로벌 완성차 생산량을 9245만대(YoY +2.4%), 업체별로는 스텔란티스, 비야디(BYD), 지리 등 중국 업체들의 증가율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당시 9,398만대였던 글로벌 생산량 전망 대비 현재 수치는 -1.7% 하락했으며, △스텔란티스(-14%) △혼다&RNM(-12%) △GM(-10%) 하락이 두드러졌다. 유럽 수요 부진과 중국 내 점유율 하락에 따른 영향이다.
이에 대해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4월 누적 생산량(2941만대/YoY +1%) 감안 시, 올해 5~12월 +3.0% 성장을 전망하는 셈”이라며 “현시점에서 절대적인 전망치는 긍정적이나, 미국 관세 불확실성으로 전망치가 하향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생산 전망이 +2.4% 증가한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북미, 인도, 중동 증설효과와 함께 중장기 완만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의 6월 글로벌 도매판매는 각각 전년 대비 1.5%, 0.2% 증가했다”며 “수입관세 적용에 따른 가격인상 전 미국판매증가를 통해 판매믹스가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4~5월초 기준으로는 올해 1분기의 1450원·달러 환율 기준 수출자종들의 미국 판매가 집중된 구간으로, 5~6월에 일부 적용된 25% 관세를 상쇄했다”며 “반면 현대차의 미국 Ex-factory(공장출고기준) 볼륨은 월 4만대를 넘어서고 있어(현지화율 50% 상회) 순수 관세 영향이 사실상 2000억 원 미만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하고 현대기아의 볼륨이 사상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전기차는 양사 합산기준 월 5만대 돌파, 해외양산 기반 판매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미국 중고차 가격 반등에 따른 잔존가치 급등으로 올해 3분기에도 가격인상흐름이 현실화되며 관세충격을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2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후반기에도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미국 관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대·기아차의 손실이 수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내수 시장도 한계가 명확하고, 중견 3사는 신차 라인업 부족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새 정부가 얼마큼 경기부양책을 올려줄지 여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