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청년층의 투자가 일상화되면서 이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자본시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본시장 개혁을 선언한 만큼, 새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이 청년 자산 형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청년층 금융자산 특징과 실태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20·30대 청년층의 자산 형성 전략은 ‘저축’에서 ‘금융투자’로 변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연구원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구주 연령이 20~39세인 청년층 가구의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가구의 금융자산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예적금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금융자산에서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자산 비중도 빠르게 늘어났다. 저축과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자산 형성을 시도했던 청년층이 최근 들어서는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 금융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리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
눈여겨볼 부분은 청년층의 금융투자가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고소득 청년 가구는 금융커미션 슬롯 중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투자커미션 슬롯 비중이 높고, 그 비중이 코로나19 이후 계속 증가했다. 반면, 소득 하위 40% 청년층 가구에서는 예적금 비중이 더 높았으며 금융투자 참여율은 오히려 최근 들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이 커미션 슬롯 형성 전략의 차이가 나타나면서 청년층 내 금융커미션 슬롯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청년 가구와 하위 20% 청년 가구의 금융커미션 슬롯 격차는 지난 2019년 3.7배에서 지난해 4.7배로 확대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나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주식 및 ETF 등의 금융투자 열풍이 주로 고소득 청년층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으며, 저소득 청년층의 경우 금융투자자산 투자 참여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다”며 “이러한 차이는 고소득층은 적극적인 금융투자를 통해 자산을 증대시킨 반면,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해 금융자산 격차가 심화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초년생 시기의 금융자산 격차가 점차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자산불평등 해소를 위해 청년층 금융자산 형성을 지원할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연구위원은 “자본시장을 통한 자산 증식이 하나의 주요 자산 형성 수단으로 주목받는 오늘날, 청년기에 형성되는 금융자산 규모와 운용방식의 격차는 향후 더 심각한 자산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러한 격차가 더 심화되지 않도록, 중·저소득청년층의 실질적인 금융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출범 후 자본시장 개혁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는 만큼 청년층 커미션 슬롯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선거 당시 상법 개정, 독립이사제 도입, 자사주 소각 의무화, 쪼개기 상장 및 계열사 합병 관련 소액주주 피해 예방, 금융범죄 처벌 강화 등 다양한 자본시장 공약을 제시해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은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최소한으로 완화하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며 배당 촉진을 위한 세제 개편, 불공정거래 처벌 강화 등을 논의했다. 국내 자본시장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온 문제들이 해소된다면 청년층에게도 더욱 안정적인 투자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대통령의 청년 공약 중 자본시장 정책과 구체적으로 연계된 내용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대통령의 청년 자산 형성 지원 공약의 핵심은 저축성 상품인 ‘청년미래적금’이며 자본시장과 관련된 청년 공약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및 가상자산 투자환경 조성 정도다. 점차 확대되는 청년층 내부의 자산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저소득 청년층의 금융자산 형성을 돕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대할만한 부분은 이 대통령은 과거 청년층을 위한 자본시장 정책의 필요성을 이미 강조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1년 대선을 앞두고 “금융·자산시장에서 청년들에게도 기회를 부여하는 게 꼭 필요하다”며 “투자 기회를 젊은 세대에게 나눠주고 특정한 수익률을 정부가 보장하면 정부의 재정 부담도 줄이고 새로운 세대에게 자산 형성의 기회도 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임 연구위원은 “세제 혜택과 같은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소득층을 포함한 보다 많은 청년층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산 운용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맞춤형 금융 상품도 다양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패널조사 등 개인단위 조사에서 금융자산 및 투자활동 관련 항목을 보다 정밀하게 설계하고 조사함으로써, 향후 정책 설계에 필요한 실증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