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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인천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전광판에 표현했다가 본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표현의 자유와 프랜차이즈 영업권 사이의 충돌이 온라인상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은 지난 4월, 해당 가맹점 외벽 전광판에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게시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문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급속히 확산하였고, 곧 진영 간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에 프랜차이즈 본사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특정 매장의 부적절한 정치적 게시물로 인해 불편을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라며 “해당 매장에 본사 고위 임원이 직접 방문해 강력히 경고 조처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문제의 게시물은 점주의 개인 의견일 뿐 본사와 무관하다”라면서 “향후 유사 사례 발생 시 폐점 등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본사의 경고 이후에도 지난 4일 해당 매장에 ‘제21대 대통령 이재명 당선’이라는 전광판 문구가 다시 등장하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본사 측은 “다른 가맹점의 영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시정요구서를 보낸 뒤, 계약 해지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가맹점주 A 씨는 본사에 반박 내용증명을 보냈다. 인천투데이에 따르면 A 씨는 “우리 헌법은 제21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라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호되고 존중받아야 할 핵심적인 가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점포의 전광판에 짧은 기간 특정 인물을 언급한 것뿐이며,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옹호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본사의 일방적인 조치가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브랜드 가치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라는 입장이다. “정치적 메시지를 내거는 행위는 다른 가맹점주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며, 가맹사업법상 계약 위반으로 판단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슬롯 무료체험가 가맹점과의 계약을 해지하려면 2개월 이상의 유예 기간과 2회 이상의 시정 요구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위반이 명백하고 중대한 경우에만 즉시 해지가 가능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적 표현만으로 계약 해지를 단행하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라며 “표현의 수위, 계약서 내 관련 조항, 소비자 반응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논쟁은 해외에서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2018년 텍사스의 한 스타벅스 매장이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지지 현수막을 걸었다가 본사로부터 철거 요청을 받았지만, 계약서에 정치적 메시지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고 공익적 표현이라는 점이 인정돼 매장이 승소한 바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한 카페가 ‘안티 난민’ 문구를 내걸었다가 시와의 임대 계약이 해지됐고, 법원은 “상업 공간이 전면적인 표현의 장이 될 수는 없다”라며 시의 손을 들어줬다. 프랑스에서는 ‘무슬림 출입 금지’ 문구를 단 식당이 인권위원회의 시정 명령을 받고, 지자체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혐오나 차별 표현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가해지지만 공익적 정치 표현은 법적 보호를 받는 예도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이번 사례와는 맥락의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가맹 분쟁을 넘어 프랜차이즈 구조 내에서 가맹점주의 자율성과 본사의 브랜드 통제 사이에 존재하는 법적 회색지대를 드러낸 사례라고 본다. 공공장소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호되지만, 상업 공간에서의 표현은 소비자 보호나 브랜드 가치와 충돌할 수 있다라는 분석이다.
이번 사건은 향후 ▲가맹계약서 내 ‘정치적 표현 금지’ 조항의 유무, ▲소비자 불만 등 실질적인 피해 발생 여부, ▲표현의 목적과 내용의 공익성 여부 등이 주요 법적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