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K-뷰티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슬롯 체험그룹이 창업주와 장남 간의 법적 분쟁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장남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지주사 슬롯 체험홀딩스 주식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가족 경영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동한 슬롯 체험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장남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슬롯 체험홀딩스 주식 460만주(약 32% 지분)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2019년 증여한 지분을 6년 만에 되찾겠다는 파격적인 조치다.
콜마그룹은 2018년 윤 회장과 두 자녀 간에 체결한 ‘3자 경영합의’를 통해 계열 분리를 약속했다. 장남 윤상현 부회장은 화장품·제약(한국콜마) 부문을, 차녀 윤여원 대표는 건강기능식품(콜마비앤에이치) 부문을 각각 맡기로 한 구조다.
윤 회장 측은 “윤 부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남용해 여동생의 독립 경영권을 침해하려 했다”며 “이 같은 행태를 알았다면 주식을 증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증여 자체가 경영합의라는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한 ‘부담부 증여’였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상현 부회장 측은 “경영합의와 증여는 무관하다”며 “증여는 조건 없는 순수 증여였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남매 간 경영권 충돌이다. 윤 부회장은 슬롯 체험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책임을 이유로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며 이사회 개편을 시도했고, 이에 윤여원 대표는 반발했다.
슬롯 체험홀딩스는 윤상현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슬롯 체험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선임하려는 임시주총 소집을 법원에 청구했고, 윤여원 대표 측은 이를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대전지법에 제기한 상태다.
지배구조상 슬롯 체험홀딩스는 슬롯 체험비앤에이치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윤상현 부회장이 슬롯 체험홀딩스 지분 32%를 보유한 실질적 지배자라는 점에서 여동생 회사를 우회적으로 통제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경영권 분쟁 이후 한국콜마홀딩스의 주가는 상승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콜마홀딩스는 19일 오후 1시 24분 기준 11.66% 상승한 1만7810원에 거래 중이다. 소송 소식이 전해진 후, 전일인 18일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국콜마와 콜마비앤에이치 등 그룹주도 이날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투자자 사이에서는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는 경계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족 간 갈등을 넘어 상장기업의 책임 문제로도 확산되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19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상법 개정 논의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사례는 기업을 개인 소유물처럼 여기고 사유물처럼 여기는 싸움”이라며 “상장사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이 간과된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윤 회장이 두 자녀에게 나눠준 경영권을 장남이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은 가정사일 수 있다”면서도 “기업이 상장을 했으면 대주주일 수는 있어도 개인 소유는 아니고, 일반 주주들의 의견도 있어야 한다. 여전히 구멍가게를 경영하듯이, 개인 기업 경영하듯이 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