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스포츠 대회를 연이어 개최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28일 베이징에서는 ‘2025 로봇 축구 리그’ 결승전이 열렸으며, 중국 칭화대 등 4개 팀이 참가해 3대 3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벌였다.
축구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는 아직 5~6세 아동 수준에 가까운 플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모든 로봇이 인간의 조작 없이 AI 기반으로 자율 구동되었다는 점에서 진보된 기술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매체 CCTV는 이를 “중국 최초의 AI+휴머노이드 축구 경기”로 소개하며, 로봇이 공을 탐색하고 전술을 구성하는 장면에 주목했다.
한편 지난 4월에는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가 열렸으며, 5월에는 로봇 격투기 대회가 열리는 등 중국은 로봇을 활용한 각종 스포츠 경기 개최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8월에는 체조, 육상, 축구 등 11개 종목이 포함된 로봇 종합 스포츠 대회도 예정되어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형태와 운동 능력을 갖춘 로봇으로, 인간과 유사한 외형을 하고 있어 인간을 기준으로 설계된 산업 현장에 투입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 외에도 일상 생활, 재난 구조, 국방, 스포츠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5월 내놓은 보고서(Humanoids: A $5 Trillion Market)를 통해 2050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5조 달러(약 6,900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공급망, 정비·유지보수 생태계까지 포함한 수치다. 2050년에는 약 10억 대의 휴머노이드가 전 세계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90%는 제조업과 상업용 등 산업 분야에 쓰일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중국은 로봇산업을 2015년 ‘중국제조 2025’ 핵심 산업으로 지정한 이후, ‘13·14차 5개년 계획’, ‘로봇산업 발전계획’, ‘로봇 플러스 응용행동 실시방안’ 등 체계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또 지난해 1월에는 공업정보화부, 과학기술부, 교육부 등 7개 부처가 공동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미래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실천 방안을 발표했으며, 202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확보와 응용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지방정부 역시 상하이는 ‘AI 협업형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선전은 제조업 기반의 상용화를, 산둥성은 응용 생태계 확산을, 베이징은 표준화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로봇 산업을 각 지역 단위에서 실증하고 있다.

중국의 빠른 기술 발전에 미국에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부터 주요 미국 매체들은 중국이 전기차나 태양광 산업처럼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도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 진단하는 기사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이 지난 5년간 ‘휴머노이드’ 관련 특허를 5,688건 출원해 미국의 약 4배를 기록했다”며 정부 주도의 정책, 기업 생태계, 부품 내재화 역량이 기술 성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중국은 AI와 로보틱스를 결합한 ‘체화된 AI(embodied AI)’의 유일한 실현 국가가 될 수 있으며, 이는 미국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자동화발전협회(AAA)의 제프 번스타인 회장은 “중국의 휴머노이드 기업 수와 정부의 직접적 지원 규모가 압도적”이라며 “지금 당장은 중국이 앞서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CNN, ABC 등 주요 방송은 최근 중국에서 개최된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기’나 ‘하프마라톤 참가 로봇’ 등 이벤트를 보도하며 “기술 실증과 시장 상용화의 속도에서 중국이 확실히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엔비디아, 테슬라, 앱트로닉, 1X 테크놀로지 등 민간 중심의 로봇 개발 생태계를 갖추고 있지만, 공공 인프라·정책·실증 투자가 중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는 “2025년 내로 옵티머스 로봇 5,000대를 테슬라 공장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유니트리, 샤오펑,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로봇을 생산라인에 배치하고 있어 상용화 면에서도 중국이 앞서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산업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중국 산업용 로봇산업의 동향과 우리의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기준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량과 총 가동 대수 모두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자국 로봇의 시장 점유율을 2018년 27.3%에서 2023년 47.2%로 확대했다. 특히 “한국과의 로봇 기술 격차는 0.3년 수준까지 좁혀졌다”며, 기술 격차가 사실상 의미 없을 정도로 근접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은 고출력 서보모터, 동작 제어 알고리즘, 전자 피부 등 핵심 부품의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며 생태계 수준에서 세계 선두권 도약을 꾀하고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 선전, 상하이, 산둥성 등 주요 지방정부는 각기 다른 전략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전담 혁신센터를 설립하고, 응용 모델을 실증 중이다.
한편 중국 로봇 시장의 확대가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중국의 휴머노이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한국은 부품·모듈·제어기술 중심으로 B2B 협력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정부는 지난 4월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하며 관련 기술을 2030년까지 세계 선두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추진중이다. 연합에는 40개에 달하는 국내 로봇 기업들과 관련 학교들이 동참했으며, ▲ 로봇 공용 AI 모델 개발 ▲ 휴머노이드 HW 핵심기술 개발 ▲ AI 반도체, 모빌리티용 배터리 등 개발 ▲ 스타트업과 인력 양성 ▲ 공급-수요기업간 협력 강화를 주요 미션으로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