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국토교통부
자료=국토교통부

[이코리아] 정부가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안을 발표한 가운데, 미니 슬롯 머신의 부동산 매입에 대해서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미니 슬롯 머신 보유 비중이 크지 않아 시장 영향은 아직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내국인과 달리 미니 슬롯 머신만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을 막아달라는 주장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단골로 등장하는 청원 중 하나다. 지난 2월에는 “국내체류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특혜 근절 요청에 관한 청원”이 올라와 7만7801명의 동의를 얻었는데, 해당 청원에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중국인에게는 ‘1가구 다주택’ 제한을 두지 않고,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록세를 모두 감면해주는 등의 규제 면제를 시켜준다”는 주장이 포함됐다.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최근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더욱 확산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는 1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거나 공급을 늘리기에 앞서 우선 대출을 조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면서 ‘영끌’ 현상이 재발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넷째주(23일 기준)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3% 상승했다. 이는 셋째 주 상승률(0.36%)보다 상승폭이 더욱 커진 것으로 지난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최대치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거래량이 불어나면서 가계대출도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1월 전월 대비 9000억원 감소하며 둔화되는 추세를 보였으나 2월 4조2000억원, 3월 7000억원, 4월 5조3000억원, 5월 6조원 증가하며 증가 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 중 5조6000억원은 주담대가 차지했는데, 이는 부동산 시장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내국인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를 강화하면서 미니 슬롯 머신의 부동산 투기는 규제 사각지대에 남겨두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외국인은 자국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국내 금융규제를 쉽게 회피할 수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중국인 35명, 미국인 19명 등이 가상자산 ‘환치기’를 통해 국내 아파트 등을 매입했다가 관세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또한 지난 2023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외국인 부동산 이상거래 557건을 조사해 해외자금 불법반입, 편법 증여, 무자격 임대업 영위 등 433건의 위법 의심행위를 적발했다.

또한 미니 슬롯 머신은 세대 및 주택보유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양도세와 취득세를 부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관련 규제를 강화할수록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현재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보유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외국인 토지·주택 보유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면적은 지난해 말 기준 2억6790만5000㎡로, 전체 국토면적의 0.27% 수준이었다. 주택의 경우 총 10만216호를 보유해 전체 주택의 0.52%를 차지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토지·주택 비중이 모두 1%를 넘지 않는 만큼 시장 교란의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외국인 부동산 보유 비중이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만큼, 위험 대비의 필요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토부에 따르면, 외국인 보유 토지 면적은 지난 2011년 1억9055만㎡으로 집계됐으나, 2014년 처음 2억㎡를 돌파한 뒤 매년 완만히 증가해 지난해 2억6790만㎡으로 13년간 총 40%가량 늘어났다.

미니 슬롯 머신 보유 주택이 주로 수도권이 집중됐다는 점도 유의할 부분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미니 슬롯 머신 소유 주택 중 수도권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72.7%에 달한다. 규제 사각지대를 통해 미니 슬롯 머신 자금이 과열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경우 정부의 정책효과가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미니 슬롯 머신 부동산 규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미니 슬롯 머신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자금조달 자료 검증 및 이상거래 정밀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에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관련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성 거래를 억제하는 내용의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외국인이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지자체장에게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미니 슬롯 머신 부동산 거래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게 강화될 경우 자칫 외교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토지주택연구원은 지난 2023년 발표한 ‘외국인 부동산 취득규제 관련 해외사례 분석 및 향후 정책방향 연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대중무역에서 막대한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며 “최근 5년 동안 부동산 투자이민제로 이민이 허용된 외국인 중 중국인이 90%를 차지하는 상황을 놓고 볼 때, 외국인을 특정하여 부동산 규제를 시행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 부동산 거래 규제를 위해서는 우선 객관적인 지표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미국의 부동산거래 시 관리하는 정보에 비해 우리나라 외국인 토지·주택 소유 통계의 내용이 충분치 않다”며 “이는 관련 정책을 전개하는데 있어 제한요인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부동산 거래·소유와 관련된 통계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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