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이들의 물품을 전달하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 출처-세이브더칠드런]
[사진-아이들의 물품을 전달하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 출처-세이브더칠드런]

[이코리아] 지난 3월 경북·경남·울산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특히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적 특성 탓에, 재난 상황에서 아동을 체계적으로 보호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렸다. 일각에서는 “행정안전부 보고서에 아동 피해 내용이 아예 담기지 않았다”라며, 피해를 본 아동이 몇 명인지조차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산불 피해가 발생했을 당시, 행정기관과 협업이 어려워 아동 피해 상황을 공유받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산불 피해 지역 대피소를 직접 찾아 아동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지역아동센터협회와 협력해 아동 수를 확인하고 긴급 구호물품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지원은 다른 부분에서도 한계를 드러냈다. 지원 물품 대부분이 성인 위주이다 보니 아이용 칫솔, 신발, 기저귀 등 맞춤형 물품이 턱없이 부족했다. 고령자가 많은 지역 특성상 피해 현장 인근에서도 이런 물품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집을 잃은 아이들은 새 학기가 두 달이나 지난 지금도 산불 대피 당시의 기억으로 불안에 시달리며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부 아이들은 거동이 불편한 조부모를 돌보느라 학업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반면 선진국과 국제기구는 재난 발생 시 아동을 ‘특수한 피해자’로 보고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식 UN 산하 아동구호기관인 유니세프(UNICEF)는 각국 정부에 재난 대응 계획 수립 시 ‘아동 우선 고려’ 원칙을 권고하며, 재난 이후에는 어린이 친화 공간(Child Friendly Space)을 설치해 대피소 안에 아동만을 위한 심리적 안정 공간을 마련하도록 추천하고 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도 ‘어린이와 재난(Children and Disasters)’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아동이 성인과는 다른 심리적·물리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정하고 있다. FEMA는 아동 전용 대피소 키트,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 ‘아동 복지 전문 담당관’을 별도로 두고 재난 전 단계에 걸쳐 아동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아동 복지 전문 담당관은 ▲ 재난 발생 전에는 재난 대비·대응·복구 매뉴얼을 수립할 때 아동의 안전과 복지를 고려하도록 조율하고, ▲ 재난 상황에서는 보호자와 분리된 아동 보호를 위해 등록번호 부착, 보호자 대리인 지정 등의 추가 보호 조치를 시행하며, ▲ 재난 이후에는 아동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우리나라에선 세이브더칠드런이 티 카페 슬롯 머신 버그을 대상으로 심리 정서 지원 프로그램 JOH(Journey of Hope)를 운영해 아이들이 산불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JOH 프로그램은 세이브더칠드런이 국내 재난 상황에 맞춰 재구성해 시범 운영 중인 심리 정서 지원 프로그램으로, 재난을 겪은 아동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오는 6월부터 2시간씩 총 2회기로 구성된 집단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이 자신의 감정을 나누고, 직접 표현하며 긍정적인 사고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제구호 개발 NGO 희망 친구 기아 대책도 지난 17일 경상북도교육청과 함께 피해 아동 가정을 대상으로 총 2억 원 규모의 긴급 생계비를 지원했다. 3월 대형산불로 주택이 전소된 세대 가운데 영유아 및 학령기 아동이 있는 107가구에 각 200만 원씩 지원했다. 기아 대책 국내 사업본부의 장소영 본부장은 “산불 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친인척 집에 의존하거나 인근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라며 "이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을 이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사진-플랜코리아 기부페이지, 출처-네이버해피빈]
[사진-플랜코리아 기부페이지, 출처-네이버해피빈]

아이들을 위한 모금은 계속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뿐 아니라 현재 네이버 해피빈·카카오 같이가치에서 홀트아동복지회, 플랜코리아 등이 긴급구호 모금을 진행 중이다. 모금된 후원금은 산불 피해 지역 아동을 위한 구호 물품, 긴급 생계비, 아동 복지시설 지원 등에 사용된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오래 재난을 기억한다. 재난 이후에도 아이들의 마음을 보살피고 일상 회복을 돕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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