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픽사베이]

[이코리아] 이사나 투자를 앞두고 관심 있는 아파트나 빌라를 직접 방문해 집의 상태와 주변 환경을 살펴보는 것을 ‘임장’이라 한다. 내 집 마련을 앞둔 이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그런데 공인중개사 사이에서 “임장도 하나의 서비스”라며, 임장비를 주장해 논란이다.

임장비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지난해부터다. 온라인 부동산 스터디 모임과 커뮤니티가 늘어나면서, 함께 임장을 다니며 정보를 공유하는 ‘임장 크루’에 원데이 클래스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거래 의사 없이 집을 둘러보는 ‘구경 임장’이 급증했다.

공인중개사들은 “거래 의사도 없이 집 안을 구경하거나, 이를 콘텐츠로 만든다며 사진 촬영 등 무리한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라며 “일은 늘었지만, 성과는 없다”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에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임장을 무료로 제공하는 건 부당하다”라고 주장한다.

협회 차원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아르네 슬롯 클래스를 운영하는 업체 11곳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서는 아르네 슬롯족의 활동이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방해할 수 있으며, 임대인과 임차인에게도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기본적인 배려와 에티켓을 갖출 것을 요청했다.

올해는 협회장 선거에서도 임장비에 대한 공약이 나왔다.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당선 공약으로 ‘임장 기본 보수제’ 도입을 언급했다. 그는 “임장 과정에서의 노력과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라며 “미국 등 해외에서는 집을 보기 전 매수 의향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임장만 했을 뿐인데 비용을 내야 한다는 점에 부당함을 느끼고 있다. 집을 구할 때 여러 집을 직접 발품 팔아 비교해야 하는데, 임장할 때마다 비용이 추가된다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집을 계약하기 전에 아침에도 가보고, 밤에도 가보고, 비 오는 날도 가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라며 “큰돈이 들어가는 만큼 꼼꼼히 살펴야 하는데, 중개업자가 임장료를 요구하면 차라리 직거래를 선택하겠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해외에서도 아르네 슬롯 과정에서 별도의 비용을 받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집을 둘러보는 데 요금을 부과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중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절차를 마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주, 플로리다주 등에서는 매수인이 집을 보기 전에 ‘바이어 브로커리지 어그리먼트(Buyer Brokerage Agreement)’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이 계약은 매수 의사가 명확한 고객만을 대상으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우에 따라 중개 수수료를 사전에 약정하는 제도다. 다만 이 역시 임장 자체에 요금을 매긴다기보다는, 이후 거래 성사 시 수수료 정산을 명확히 하기 위한 장치다.

일본에서는 매물을 보기 위해 ‘내람(内覧)’절차를 밟는데, 이때도 별도의 비용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람신청 시 신청서나 서약서를 통해 매수 의사를 확인하는 경우가 있으며, 중개인이 매도인·임대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방문자 관리를 강화하는 편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