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후위기를 두 차례 강조하며 '기후정부' 출범을 선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인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과 윤석열 전 정부의 부진한 기후 정책을 만회하기 위해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조직 개편이 초기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연설에서 "기후위기가 인류를 위협하고 산업 대전환을 압박한다"며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선 운동 당시 247개 세부 정책이 담긴 공약집을 통해 △기후에너지부 신설 △탄소중립 산업전환 지원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법 제정 △2040년 탈석탄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며, 기후위기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10%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에너지 수입 대체, RE100 대비 등 기업 경쟁력 강화에 더하여, 촘촘한 에너지고속도로 건설로 전국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해 소멸위기 지방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RE100 산업단지 조성, 일반 건물과 주차장 등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확대, 태양광 효율 향상 지원 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린피스는 “이 대통령의 공약에는 여전히 액화천연가스(LNG) 사용 감축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부재하며 갈수록 증가하는 메탄에 대한 관리 방안도 빠져 있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수요를 명분으로 한 신규 LNG 발전소 6기 건설은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선택이므로 반드시 취소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기후솔루션은 “용인 국가산단의 3기가와트 전력수요를 LNG발전소가 아닌 인근 지역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방안을 분석한 결과 2050년까지 최대 30조 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며 경제성 측면에서도 반박했다.
산업계의 기후정책 수용성 확보도 주요 과제로 떠오른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청정경쟁법(CCA) 등 ‘친환경 무역장벽’은 앞으로 한국 기업의 생존 전략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단순한 경제적 손익 계산이나 진영 간의 논쟁을 넘어서, 국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RE100 달성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따라가야 할 글로벌 약속이며,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수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에너지 전환이 늦어질 때 발생할 수 있는 수출 감소 등 막대한 비용 부담을 사회 전체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부(탄소중립 정책실)와 산업부(에너지 부서)에 분산된 기후정책 기능을 통합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논의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주요 4개국(덴마크·영국·독일·네덜란드)은 부처 통합 후 5년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율이 평균 5%에서 1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후정책 연구단체 녹색전환연구소는 정책 제언을 담은 입장문을 통해 "환경부를 중심으로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될 경우 탄소중립 전환이 시급한 에너지·산업계의 정책 수용도가 낮아질 우려가 있다"며 "그간 환경부가 NDC를 관리하는 현재의 거버넌스 구조에서도 타부처 정책 조정과 집행 과정에서 실질적인 권한과 위상이 부족한 문제가 계속 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지원도 중요한 과제로 부각된다. 전체 산업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담기구와 업종별 맞춤형 감축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후위기를 사회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고 돌봄, 일자리, 주거 등과 연계한 ‘정의로운 전환’ 전략도 강조된다. 기후재난에 대비한 인프라 강화, 주거 안전망 확보, 공공일자리 창출 등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다만 m 2 슬롯정책의 실행력을 뒷받침할 m 2 슬롯재정의 구체적 조달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감세로 약화된 재정 여건 속에서 탄소세 도입 등 조세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정부가 안고 있는 과제로는 △9월까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 △2026년 2월까지 2031~2049년 장기 감축경로 설정 △기후재정 확보와 지역 거버넌스 구축 △탈석탄 외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 제시 등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정부 임기는 한국 사회가 제대로 기후대응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이 귀중한 시간을 버리지 말고 반드시 기후 후진국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기술 주도 성장 중심의 프레임을 넘어, 대한민국 생태계와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을 국가 정책 목표로 삼는 지속가능한 경제(웰빙이코노미)의 실현을 국가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