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국세청이 고액 상습체납자 710명을 선정하고 추적 조사에 나섰다. 이들의 체납액은 총 1조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위장 이혼, 차명 재산, 고급 소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납세를 회피하고 있었으며, 일부는 체납 사실에도 불구하고 고급 차를 타고 명품을 소비하며 호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전체 국세 체납액은 110조 7310억 원에 달한다. 체납액 규모는 2021년 99조 8607억 원, 2022년 102조 5140억 원, 2023년 106조 0597억 원으로 매년 증가해 왔다. 국세청에 따르면 고액 체납자뿐 아니라 고의로 재산을 숨기고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상습체납자’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고액플레이 텍 슬롯자_재산_추적조사_현황, 출처-공공데이터포털]
[사진-고액플레이 텍 슬롯자_재산_추적조사_현황, 출처-공공데이터포털]

이에 국세청은 고액 체납자의 숨겨진 재산을 추적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한 정밀 조사를 예고했다. SNS에 올린 고가의 해외여행 사진이나 부동산 플랫폼에 등록된 고급 임대주택 정보 등을 단서로 삼아 은닉 자산을 추적한 사례도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자의 소비 패턴뿐 아니라 온라인에 노출된 생활 흔적까지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플레이 텍 슬롯자 A 씨는 서울 노원구 소재 상가를 양도한 뒤, 양도대금 중 5억 원을 100만 원권 수표 500매로 인출하고 이를 서울 시내 15개 은행지점을 돌며 현금으로 분산 교환해 은닉했다. 국세청은 A 씨의 실거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주소지 인근 CCTV를 확인했고, 수색 당일 경찰관 입회하에 강제 개문한 뒤, A 씨가 평소 소지하던 등산배낭 안에서 수백 돈 규모의 금괴를 발견해 총 3억 원을 징수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추적 기법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고액 상습체납자에 대한 제재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 회피가 명백하지만, 체납자가 ‘버티기 전략’을 통해 강제징수를 회피하면 납세 유인을 제공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국은 조세 회피에 대한 엄격한 처벌뿐 아니라 민간의 자발적 제보와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국세청(IRS)은 ‘조세 포탈 제보자 보상 프로그램(Whistleblower Program)’을 통해 고의적 조세 포탈을 제보한 이에게 징수액의 최대 30%까지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실제로 한 회계사는 대기업의 탈세를 제보한 대가로 1억 달러 이상의 포상금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캐나다 세무청(CRA)도 ‘해외 소득 및 자산 은닉 제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제보자가 제공한 정보로 인해 징수된 세금의 5~15%를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는 제보자의 신원을 철저히 보호하며, 민간 정보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포상 요건과 절차도 비교적 간소화돼 있다.

반면 한국의 징수포상금 제도는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국세청은 플레이 텍 슬롯자의 은닉 재산이나 수입을 제보한 사람에게 최대 20억 원 한도 내에서 징수액의 일정 비율을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있으나, 지급 요건이 엄격하고 심사 절차도 까다롭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지급 사례가 많지 않고, 포상금 수령까지 평균 수개월 이상 소요돼 일반 국민의 참여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조세 전문가는 “체납자 은닉 재산 추적은 공권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미국처럼 민간의 감시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정보 제공에 따른 인센티브와 법적 보호가 함께 뒤따라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국세청은 고의적 체납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재산 추적 조사는 단순 징수 차원을 넘어 ‘공정 과세’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정면 대응의 성격이 짙다. 국세청은 “고액 상습체납자에 대해서는 재산 추적 조사, 명단공개, 출국금지 등 모든 강제징수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납세를 회피하며 고급 소비를 이어가는 반칙행위에는 예외 없이 강력히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세무서 추적조사전담반 운영 확대, ▲AI·빅데이터 기반의 추적조사분석 시스템 고도화, ▲해외 은닉 재산 징수를 위한 국가 간 공조 강화, ▲최근 도입된 징수포상금 제도의 적극 활용 등을 주요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히 고도화된 분석 시스템은 체납자의 소비 패턴, 온라인 활동, 금융 흐름까지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어, 과거보다 은닉재산 발굴의 정확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세청은 모든 체납자를 일괄적으로 처벌 대상으로 보지 않고, 경기 침체, 폐업, 수출감소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납세 여력이 부족해진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서는 지원책을 병행할 계획이다.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체납액 합계가 5,000만 원 이하인 폐업자가 신규 개업하거나 취업에 나설 경우, 가산세 면제와 최대 5년 분납, 납세담보 면제, 압류 및 매각 유예 등의 세정 지원이 제공된다. 국세청은 체납자에게 체납액 징수 특례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분납을 유도해 납세 재기를 도울 예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납세 여력이 있는 고의적 체납자와 생계 곤란 체납자를 구분해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공정한 세정과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두 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진-은닉재산 신고방법, 출처- 국세청]
[사진-은닉재산 신고방법, 출처-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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