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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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새 정부 출범 후 원화 스테이블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주식시장에서도 스테이블 코인 수혜주를 찾기 위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비은행권에게도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허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카카오페이 등 결제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주가는 12일 오후 1시 현재 전일 대비 1800원(-3.05%) 하락한 5만7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이날 잠시 숨을 고르며 그동안의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지만,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한 달 전보다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실제 지난 4월만 해도 2만원 후반에서 3만원 초반대를 횡보했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선거를 약 2주 앞둔 시점부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해 지난 11일 장중 한 때 6만1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카카오페이 주가가 이처럼 가파르게 오른 이유는 새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선거 당시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유통 등 스테이블 코인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여당 또한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위한 입법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자산연동형 디지털자산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원화 또는 외국 통화의 가치에 연동되며, 환불이 보장되는 디지털자산”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규정하고, 스테이블 코인 발행 요건을 ‘국내에 설립된 자기자본 5억원 이상의 법인’으로 규정했다.

글로벌 결제시장의 변화에 대응해 통화 주권을 방어하기 위해 원화 메이플 슬롯 코인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돼왔지만, 발행 주체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나뉘고 있다. 메이플 슬롯 코인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발행 주체를 은행권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자기자본 요건을 50억원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번에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자기자본 요건을 5억원으로 낮춘 데다 발행 주체를 은행권으로 한정하지도 않아 메이플 슬롯 코인 발행 문턱을 크게 낮춘 것으로 평가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로 비은행권의 메이플 슬롯 코인 발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카카오페이 등 일부 결제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다날, 헥토파이낸셜 등 메이플 슬롯 코인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들의 주가는 이달 들어 각각 79.4%, 62.1%(11일 종가 기준) 오른 상태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1분기 기준 673억원의 자본금을 갖춘 데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인증 서비스도 운영한 적이 있어 향후 메이플 슬롯 코인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게다가 4000만이 넘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보유한 카카오톡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고 은행, 증권, 운송, 게임 등 계열사와의 연계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카카오페이의 강점으로 꼽힌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제도 논의는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여력을 갖춘 기업의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혹은 서비스개발 참여를 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카카오페이는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이며 카카오그룹 내 메신저, 은행, 증권 플랫폼 등을갖춘 이점을 누릴 수 있어 향후 시장 준비 및 개화 과정에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화 메이플 슬롯 코인 도입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투자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JP모건은 최근 카카오페이가 지역화폐 등을 통해 얻는 수익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며, 메이플 슬롯 코인 도입 수혜주로 단정짓기도 이르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비은행권에게 허용될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2025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자본규제를 시행하고 있어, 비은행 기관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자본규제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갈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비은행권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만약 정책 논의 과정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 법안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원화 메이플 슬롯 코인 관련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자본시장법, 외국환거래법 등 다양한 관련 법령을 손볼 필요가 있는 만큼, 실제 원화 메이플 슬롯 코인이 통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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