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경기도에 사는 A 씨는 어느 날 다니던 헬스장에서 “화장실 공사로 2주간 임시 휴업한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러나 공사는 한 달 넘게 이어졌고, 이후 “폐업한다”라는 일방적인 문자만 받았다. A 씨가 다시 찾아간 헬스장은 이미 비어있었다.
이처럼 예고 없이 문을 닫는 ‘헬스장 먹튀’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3일 헬스장 이용자 보호를 위한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개정된 약관에 따라 헬스장 사업자는 휴업이나 폐업 시 최소 14일 전에 이를 이용자에게 사전 통지해야 하며, 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 그 보장 내용도 반드시 안내해야 한다. 퍼스널 트레이닝(PT) 서비스 역시 표준약관의 적용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됐다.
하지만 표준약관 개정만으로는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를 체감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준약관은 공정위가 마련한 권고 기준으로, 슬롯 스 캐터 사업자가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만약 사업자가 폐업하면서 2주 전 고지를 않더라도,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같은 직접적인 행정 제재는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피해를 본 소비자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구제 수단이 없다. 소규모 슬롯 스 캐터의 경우 보증보험 가입조차 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 계약금 환급도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반면에 해외 주요국은 이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취하고 있다. 영국은 이미 2008년 제정된 ‘불공정 거래 규정’을 통해 소비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이 규정은 12개월 이상 장기 계약을 강요하거나 해지 절차를 일부러 복잡하게 만드는 헬스장 계약을 ‘불공정’으로 간주, 소비자 보호기관이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미국 조지아주 소비자 보호국은 헬스장이 폐업하면 최소 10영업일 전에 서면으로 회원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회원권을 다른 시설로 이전할 경우, 새로운 시설이 기존과 유사한 서비스와 규모를 갖추고 16km 이내에 위치해야 하며, 회원은 이를 거부할 권리를 보장받는다.
미국 연방정부 역시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시간은 돈(Time is Money)’ 이니셔티브를 통해 자동 갱신형 서비스 해지 절차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4년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클릭 투 캔슬(Click-to-Cancel)’ 규칙을 확정했다. 이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쉽게 서비스 가입을 했다면, 해지도 그만큼 간편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규칙은 헬스장뿐 아니라 스트리밍, 소프트웨어 등 모든 구독 서비스에 해당하며, 오는 2025년 7월 14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사전 고지 의무와 함께 계약서 작성, 보증보험 의무화, 행정처분 도입 등 입법적 보완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약관만 바뀌고 강제력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라며 “약관 미준수 시 과태료 부과나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같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