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며 4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가운데, ICT 업계의 관심은 공약 이행 여부에 쏠리고 있다. AI, 디지털플랫폼, 통신, 게임 등 분야별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이를 새 정부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업계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AI 분야의 경우 정부 주도의 AI 육성 전략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한 자리에서 ‘K-AI 이니셔티브 전략’을 발표하며 “100조원 규모의 민간·공공 투자 기반을 조성해 AI 3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구상을 첫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세부적으로는 ▲100조 원 규모의 민관 공동 투자 유치, ▲GPU 5만 개 확보 및 지방 AI 데이터센터 구축, ▲AI 규제특구 확대, ▲AI-STEM 기반 인재 육성 프로그램 도입, ▲AI 데이터 클러스터 조성 등이 포함된다.
또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AI 전담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에는 AI정책을 총괄할 ‘AI정책수석’을 신설하고, 이 후보 캠프에서 AI 공약을 총괄했던 임문영 민주당 디지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유력 인사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국가AI위원회’의 기능도 확대해 기술자·연구자·투자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실질적 컨트롤타워로 전환할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청사진을 현실화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및 실행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안전한 슬롯사이트집에는 2030년까지 총수입 증가분을 활용하고, 정책금융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한다는 원칙은 담겼지만, 세부 예산 배분이나 사업 우선순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또 AI 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모두의 AI 프로젝트’의 경우 일각에서는 기존 통신사의 유료 AI 수익화 모델과 충돌할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AI 인프라와 인재 확보, 법제 정비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12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대선을 앞두고 ‘미래성장을 위한 국민과 기업의 제안’ 제언집을 발표하며 ▲에너지·데이터·인재라는 3대 투입요소와 ▲인프라·모델·AI전환이라는 3대 밸류체인을 연계하는 ‘AI 3+3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전력 공급 패스트트랙, 전용 요금제, 인프라 Fast-track 인허가제 등도 함께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인공지능협회는 AI를 ‘국가 재건의 엔진’으로 규정하며, 차기 정부에 ▲GDP의 4% 수준 AI 투자, ▲대통령실 산하 AI 수석 설치, ▲AGI 기술 주권 확보, ▲100만 인재 양성, ▲전국 AI SOC형 혁신허브 설립 등을 포함한 ‘10대 정책공약’을 제언했다.
이 대통령은 유세 당시 AI 윤리와 저작권 문제에도 주목했다. 지난 5월 콘텐츠 창작자 간담회에서는 생성형 AI의 저작물 학습 제한과 보상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3월에는 세계 석학 유발 하라리와의 대담에서 “AI의 위험성과 규제 필요성을 정치권이 선제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법제연구원 등은 AI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구조 변화에 맞춰 법적·윤리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4일 주최한 ‘AI시대 도래와 사회질서 구조적 변화’학술대회에서는 ▲AI 윤리 입법, ▲AI 책임 주체 명확화, ▲언론사의 AI 활용에 따른 사회적 책임, ▲가상 정체성 인격화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유럽연합의 AI 책임지침(AILD) 사례를 들며, 국내에서도 AI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AI를 ‘국가 주도 신성장 엔진’으로 삼겠다는 공약이 현실화되려면 단순한 예산 투입을 넘어 정부와 산업계,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AI 거버넌스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통신 분야는 이번 대선 공약 중 여야 후보 간 이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분야인 만큼, 속도감 있게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통신 인프라 보안 강화, 차세대 네트워크(6G) 선점 등은 이전 정부에서도 제기되던 과제였다.
우선 이 대통령은 통신분야 공약 중 하나로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범정부 보안 대응체계 구축 ▲사고 발생 시 전국민 즉시 공지 의무화 ▲정보보호 공시제도 강화 ▲중소기업·지역 보안 사각지대 해소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내놨다. 이는 SKT 유심 해킹 사고 이후 높아진 보안 불신을 겨냥한 후속책으로 해석된다.
통신요금 인하 공약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이후 알뜰폰과 자급제폰을 통한 시장 경쟁 촉진, 데이터 안심요금제 도입, 병사·농어촌 대상 감면 확대 등은 전 정부에서 논의된 바 있는 사안이다. 이 대통령은 여기에 통신비 세액공제와 5G 공공 와이파이 확대 방안을 추가로 제시했다.
6G 기술 확보에 있어서는 ▲2028년 시범서비스 개시, ▲2030년 상용화 목표, ▲AI 중심의 초지능 네트워크 설계, ▲위성통신 등 핵심기술 육성을 공약에 명시했다. 6G는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국가 주도 초기 투자와 기술표준 선점 전략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편, 통신·플랫폼 산업의 공정경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플랫폼 규제 정책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인앱결제 강제 금지 ▲다크패턴 금지 ▲시장지배력 남용 방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구글·애플·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제어하려는 시도이자, 국내 입점 사업자와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다.
다만 이 같은 플랫폼 공정화 정책이 글로벌 무역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와 자국 ICT 기업 보호 기조를 강화하며 타국의 빅테크 규제를 통상장벽으로 간주하고 주시하는 중이다. 실제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미국 싱크탱크는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미국 기업에 불균형적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는 국내의 공정경제 실현과 해외 통상마찰 가능성을 고려한 균형있는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 분야는 공약집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과정에서 ‘게임정책특별위원회(게임특위)’를 출범시켜 산업 진흥과 규제 해소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만큼, 새 정부의 정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특위는 게임산업 진흥과 이용자 보호를 주요 목표로, ▲게임 질병코드 등재 도입 유보 ▲게임 분야 거버넌스 개편 ▲중소, 인디 개발사 지원 확대 ▲글로벌 진출 활성화 등 9개 분야의 정책을 제안했다.
특히 게임업계와 이용자들이 주목하는 이슈는 게임 질병코드 등재 이슈다. 이 사안은 WHO가 2019년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 코드로 등재하면서 국내에서도 사회적 논쟁으로 확산된 바 있다. 정부는 통계법에 따라 오는 2026년 1월에 ICD-11의 국내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도입 여부를 두고 지금까지 팽팽하게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 대통령은 유세 당시 "과거 정권에서 게임을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해 규제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이 중국에 추월당했다"라며 규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민주당 게임특위 역시 게임 질병코드 등재에 대해 객관적 근거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도입을 미루겠다는 방침을 공약안에 담았다.
이전 정부에서 게임 이용자들의 게임 심의제도에 대한 불만이 이어졌던 만큼, 게임정책의 거버넌스 재편 역시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발표한 게임 공약에서 심의 제도를 검열이 아닌 정보 제공을 위한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사후관리 기능만을 담당하는 신규 게임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민간 자율심의를 도입하면서 사전심의를 폐지하겠다는 방안이다.
또 게임특위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물관리위원회로 분산된 기능을 조정하고, 필요시 통합해 ‘게임·e스포츠 산업진흥원’과 같은 전담 기관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진출 지원도 강화된다. 게임특위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맞춤형 해외 진출 전략을 지원하고, 모태펀드 내 게임·e스포츠 특화 계정을 신설해 인디 및 중소 게임사의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영상 콘텐츠 세액공제 대상에 게임을 포함시키고, e스포츠 투자액 일부에 세액공제를 적용해 청년 고용과 수익모델 개발을 유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