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오는 6월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을 앞두고,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헌혈 참여를 독려하는 다양한 홍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민간기업들도 자발적으로 헌혈 문화 확산에 동참하며 사회공헌 활동에 나섰다.
도미노피자는 최근 1년 내 헌혈에 참여한 이들이 헌혈 내역을 증빙하면, 일부 포장 주문 피자 메뉴에 한해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헌혈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연계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으로 젊은 세대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시도다.
일부 기업은 직접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생명 나눔 캠페인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쿠팡은 대한적십자사 서울 남부혈액원과 함께 이달 초 서울 잠실 사옥 인근에 헌혈 버스를 배치하고, 자사 및 계열사 임직원들이 헌혈에 동참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신한은행은 2001년부터 매년 ‘사랑의 헌혈 나눔’ 행사를 열고 있으며, 올해도 전국 지점과 본부부서에서 자율적으로 헌혈을 시행해 헌혈증을 기증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참여 임직원 수는 약 2만 4000여 명에 이른다.
헌혈에 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캠페인이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참여 확대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팬데믹 이후 외출 자제와 고령화 등의 요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헌혈 인구는 줄어든 반면, 빈혈·암·수술·응급 출혈 등으로 인한 수혈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슬롯나라 공급망 강화를 위한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헌혈의 핵심축인 청년층의 적극적인 참여를 거듭 호소하고 있다.
각국은 다양한 혁신 수단을 도입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호주·영국·캐나다 등은 모바일 앱을 통한 간편 예약 시스템, 드론으로 혈액을 신속 배송하는 시범사업, 이동형 헌혈 차량 확충,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 자원봉사 캠페인 등을 통해 젊은 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일본은 고등학교·대학교와의 협업 캠페인을 통해 헌혈을 생활화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미국은 구글·애플 등 대형 플랫폼 기업과 협업해 헌혈자 데이터 관리와 보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헌혈을 통한 혈액 자급률은 95% 이상으로 높은 편이지만, 병원 내에서 수혈량을 줄이고 혈액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환자 혈액 관리(PBM, Patient Blood Management)’ 제도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PBM은 필요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양의 혈액만을 수혈하고, 철분 보충이나 수술 전 빈혈 치료 등 대체 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혈액 수급 안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한국의 수술 수혈률은 미국·영국 등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대한 환자 혈액 관리학회 자료에 따르면 심장 수술 환자의 수혈률은 약 95%로 미국의 29%, 영국·호주의 8~14%보다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수혈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PBM의 체계적인 도입과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일부 혈액암 환자나 희귀 질환자의 경우 지정헌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와 가족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PBM 확산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기적인 헌혈 독려 캠페인만으로는 슬롯나라 수급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헌혈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캠페인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수혈 의존도를 낮추고 슬롯나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 마련이 병행되어야 슬롯나라 수급 위기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생명을 이어주는 작은 나눔이 헛되지 않도록, 사회와 정부의 체계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