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지난 1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가 '팩트체크' 기능과 혐오 표현 규제 정책을 폐지하며 논란이 된 가운데, 구글의 영상 플랫폼 유튜브 역시 공익성을 이유로 콘텐츠 삭제 기준을 완화하며 표현의 자유 증진과 혐오정보 확산의 경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지시간 9일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유튜브는 최근 내부 교육자료를 통해 콘텐츠 검토 지침을 완화하며, 영상 삭제보다 ‘표현의 자유 보호’를 우선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또 이에 따라 선거, 인종, 성별, 낙태 등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룬 영상도 ‘공익성’이 인정되면, 기존보다 완화된 삭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뉴욕타임즈는 유튜브가 수년간 차별적 비하 표현, 코로나 백신 허위정보, 선거 조작 주장 등을 이유로 수많은 영상을 삭제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기존 정책에서 선회해, 일부 규정 위반이 있더라도 ‘공익적 가치가 있다’면 영상의 삭제를 보류하라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바꿨다고 전했다. 또 유튜브는 이러한 정책 변경이 정치적 압박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메타가 ‘팩트체크’를 중단하고 X 역시 검열을 축소하는 등, 미국 내 보수 정치권의 소셜 미디어의 검열 비판에 따른 일련의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또 뉴욕타임즈는 유튜브가 이러한 방향 전환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슬롯 머신 사이트 기준 완화가 정치적 중립성과 플랫폼 책임의 균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튜브는 뉴욕타임즈 보도에 포함된 내용이 자사의 전체적인 정책 변경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니콜 벨 유튜브 대변인은 엔가젯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콘텐츠 유형에 맞춰 커뮤니티 가이드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라며, “올해 초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되어 남아있던 정책을 종료하고, 도박 콘텐츠에 대한 보호 기준을 새롭게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뉴욕타임즈가 언급한 내용은 유튜브의 접근 방식 중 일부로, 공익적 가치가 있거나 EDSA(교육·다큐·과학·예술) 목적으로 제작된 콘텐츠에 대해 예외를 적용해온 기존 방침의 연장선”이라며, “전체 영상 중 극히 일부만 규정을 위반한 경우, 수 시간 분량의 뉴스 팟캐스트 전체가 삭제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외 조항은 전체 콘텐츠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지만, 중요한 공익 콘텐츠가 불필요하게 삭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메타 역시 유사한 논란에 휩싸였다. 기존의 '팩트체크’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콘텐츠에 대한 검증 기능을 X와 유사한 ‘커뮤니티 노트’ 방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또한 기존에는 작성이 금지되던 극단적인 발언 역시 일부 허용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바뀌었다.
이에 대해 메타의 정책 책임자 조엘 캐플런은 “오검열을 줄이기 위한 ‘더 많은 발언, 더 적은 실수(More Speech, Fewer Mistakes)’를 추구하기 위한 조치다.”라고 밝혔다. 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이에 더해 검열 우려가 적은 텍사스로 콘텐츠 검토 거점을 옮기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의식한 조치로 해석되며, 메타가 명확히 정치적 압력에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셜미디어의 검열 완화 조치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필리핀의 언론인 마리아 레사는 지난 1월 메타의 팩트체크 기능 폐지에 대해 “메타는 사실이 사라진 세상, 독재자에게 적합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레사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는 저커버그 CEO의 주장은, 돈과 권력을 좇는 이들의 논리”라고 직격하며, “메타는 이제 이용자들을 거짓과 분노, 혐오로 감염시키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시민단체들의 우려도 잇따랐다. 영국의 팩트체크 기관 ‘풀팩트’(Full Fact)는 메타의 조치를 “전 세계적 퇴보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결정”으로 평가했했으며, 인권단체 ‘글로벌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여성과 성소수자, 유색인종, 과학자, 활동가 등 사회적 약자들이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낼 공간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온라인상의 아동 안전에 대해 연구하는 영국의 '몰리 로즈 재단'역시 메타의 발표에 대해 "온라인 안전이 크게 우려된다"라고 발표했다.
한편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의 이러한 정책 변화가 국제 사회의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연합이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투명성 강화와 콘텐츠 조치 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등 정책 변화가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부 빅테크 기업들이 자율규제를 명분삼아 외부 규제를 피하려는 방어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IC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메타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운영 전략 변경이 아닌, 플랫폼 규제를 추진하는 전 세계적 흐름에 대한 일종의 ‘선제적 반격(preemptive pushback)’”이라며 “메타는 유럽의 규제당국이 제기하는 투명성과 책임 요구를 회피하려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반(反)규제 입장으로 회귀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