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헐리우드 양대 메이저 스튜디오인 디즈니와 유니버설이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 플랫폼 미드저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에 나섰다. 그동안 AI 저작권 분쟁은 주로 작가, 미술가와 같은 창작자나 언론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헐리우드 대형 스튜디오가 AI 기업을 직접 제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즈니와 유니버설은 6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미드저니를 상대로 공동 소송을 제기했다. 양사는 미드저니의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가 스타워즈의 요다, 마블의 아이언맨과 헐크, 픽사의 버즈 라이트이어, 유니버설의 슈렉과 미니언즈 등 양사의 대표 캐릭터들의 이미지 결과물을 무단으로 생성해왔으며, 이를 저작권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디즈니 측 법무 책임자 호라시오 구티에레즈는 “우리는 AI 기술의 잠재력에 낙관적이지만, 해적행위는 해적행위일 뿐”이라며 “AI가 만든 것이라 해도 저작권 침해는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소송장에 따르면 원고 측은 총 150여 작품에 대해 2,000만 달러(약 274억 원)가 넘는 손해배상과 함께 향후 침해 금지를 위한 예비적 금지명령을 청구했다.
소송 대상이 된 미드저니는 지난 2021년 설립된 이미지 생성 AI 스타트업으로, 유료 구독 기반 이미지 생성 서비스로 지난해 약 3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EO 데이비드 홀츠가 과거 인터뷰에서 “수억 개의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긁어왔다.”라고 밝히는 등 학습 데이터 수집 방식에 대한 저작권 논란과 윤리적 논란 역시 이어져왔다.
이번 소송은 AI 산업 전반을 향한 저작권 분쟁의 연장선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뉴욕타임즈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기사 무단 사용 소송, 게티이미지의 스태빌리티 AI를 상대로 소송 등이 있으며 음악 분야에서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워너 레코드 등 미국 3대 음반사가 음악 생성 AI 스타트업 ‘우디오(Udio)’와 ‘수노(Suno)’를 집단 제소한 상태다.
특히 미드저니는 과거에도 작가 켈리 매커넌 등 다수 예술가가 집단소송을 제기한 전력이 있으며, 당시 법원은 “AI가 예술가의 작품을 무단 복제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 소송이 계속될 수 있도록 했다.
AI 기업들은 이미지나 텍스트 학습이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법적 근거는 아직 확고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AI 관련 저작권 법제화 역시 세계 각국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생성형 AI에 대해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명세 공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인공지능법(AI Act)에 포함시켰으며, 한국 역시 ‘AI 학습용 복제·전송 허용 조항’을 포함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최근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AI 윤리 및 저작권 문제를 강조해 왔다. 지난 5월 K-콘텐츠 제작자 간담회에서는 “AI 학습 재료에 대한 제한과 이용료 지불 등 정치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AI 기술 발전에 따른 저작권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3월 ‘2025 AI-저작권 제도개선 협의체’를 발족하고, 업계·학계·법조계가 참여하는 세 분과를 통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6월 13일 열린 제2차 전체회의에서는 상반기 동안 논의된 내용을 공유하고, 생성형 AI 관련 안내서 2종을 검토했다.
등록 안내서는 생성형 AI 결과물이 저작권 등록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 함께 등록 절차, 실제 등록 사례 등을 안내한다. 분쟁 예방 안내서에는 AI 결과물의 저작권 침해 판단 기준과 권리자·AI 기업·이용자별 유의사항 등이 담긴다. 두 안내서는 6월 말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AI 시대를 맞아 창작자와 AI 기업 간 균형 있는 저작권 체계를 구축하는 데 이번 안내서가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