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식당가에서 배달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식당가에서 배달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최근 입점업주단체들과 ‘1만 원 이하 주문 중개수수료 전액 면제’를 골자로 한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새 정부 규제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조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 아래 우아한형제들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이 참여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된 중간 합의 결과다. 배민은 1만 원 이하 주문에 대해 중개rtg 슬롯를 전액 면제하고, 1만~1만 5000원 구간에 대해서도 차등 지원을 시행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발급한 할인쿠폰 중 점주 부담액에 대해서도 rtg 슬롯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밖에 ▲입점업주 전담 상담센터 구축 ▲손실보상 접수 시스템 개선 ▲업주의 서면절차 양식 간소화 ▲입접업주와 라이더 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 업주의 편의성을 개선하는 내용도 담겼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3월 말부터 진행한 업주단체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같은 개선방안을 도출했다.

이번 중간 합의안을 시행할 경우 우아한형제들이 추가 rtg 슬롯을 위해 지원하는 규모는 연간 최대 1,000억 원, 3년간 최대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추가 rtg 슬롯안 시행 시에도 입접업주의 배민1플러스 매출 기준으로 중개이용료를 2~7.8%로 차등 적용하는 현재의 rtg 슬롯요금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배달업계에선 1인 가구 증가로 소액 주문이 늘면서, 주문 금액이 낮을수록 업주의 부담 비율이 오히려 커지는 구조적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1만 원짜리 주문의 경우, 중개rtg 슬롯와 배달비를 합친 업주 부담률이 40%를 넘어선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은 소액 주문일수록 지원금을 늘려 업주 부담이 과도하게 커지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같은 상생 방안이 1인 가구 증가로 소액 주문이 늘고 있는 트렌드에 대응하는 동시에, 업주의 부담 완화와 수익성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범준 대표는 “이번 중간 합의안으로 입점 업체의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계기를 만들게 됐다”며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액주문에 대한 지원으로 소비자에게는 편리함과 혜택을, 업주에게는 주문수 확대와 부담 완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실제로 1만 원 이하 소액 주문 비중이 낮고, 대부분 주문 단가는 2만 원 이상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합의문 내용이 많이 부족하다”며 “보통 2만원 이상 주문하기에 모든 자영업자가 아니라 일부 소액 주문에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배달앱 관련 30만 자영업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합의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배민이 운영하는 ‘한그릇’ 서비스에서도 1만 원을 넘는 메뉴가 대다수다. 쿠팡이츠 역시 최근 1만 5000원 이하 주문 건에 대해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감면해주는 정책을 부산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번 상생안이 이재명 정부의 규제 정책을 의식한 ‘선제적 방어’ 성격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와 불공정 관행이 자영업자 피해를 낳고 있다”며 “수수료 상한제 도입과 차별 금지 법제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23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이번 조치를 "새 정부 눈치보기"라고 평가하면서, “소상공인들이 가장 피부로 와닿는 건 배달비인데,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이 나오기 전에 사전에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는 수수료 자체를 낮추는 게 가장 직접 와닿을 것이고, 상단 노출을 위한 비용처럼 약자들끼리 경쟁을 부추기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배달료 합리화와 실질적인 상생 방안이 진짜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rtg 슬롯 방안은 7월 최종 합의를 목표로 매주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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