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5일 공개된 지하철5호선 방화영상 갈무리. 출처-뉴시스]](https://cdn.ekoreanews.co.kr/news/photo/202506/80796_101016_20.jpg)
[이코리아]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벌어진 방화 사건 당시의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충격을 받았다. 열차 칸 안에서 휘발유가 뿌려지고 불이 붙는 아찔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은 몇 초 차이로 대형 참사를 피했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승객들이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관사의 침착한 판단과 신속한 방송, 비상 정차 등 훈련된 대응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교통공사는 사고 전날 해당 기관사에게 ‘비상 화재 대응 훈련’을 시행했으며, 그는 이를 통해 습득한 매뉴얼대로 즉각 대피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시에 수백 명이 탑승한 열차를 단 한 명이 운행하고, 그 한 명의 판단에 위기 슬롯 머신 잭팟이 달린 체제는 과연 안전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된다. 현재 서울 지하철 5~8호선은 기관사 1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해외 주요 도시도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독일 베를린 등 대부분의 선진국 지하철도 1인 운전 체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역무 인력을 플랫폼에 상시 배치하거나 차량 순찰 요원을 두는 등 보완책을 병행한다는 점이다. 이는 운전과 대응을 분리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구조다.
우리나라 역시 기술적으로 뒤처지지 않는다. 플랫폼 스크린도어, CCTV, 비상 인터폰, 무선통신 시스템 등은 대부분 역에 설치돼 있으며, 기관사와 역무원은 연간 4회 이상 모의훈련과 실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훈련을 함께 받고 있다. 화재, 정전, 제동 불능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시행되는 이 훈련은 현장 슬롯 머신 잭팟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지하철의 안전 수준은 통계적으로도 중상위권에 해당한다. 유럽연합(EU)의 교통 사망률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고 건수 역시 해외 대도시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시스템보다 사람’에 의존한 안전이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질문을 남긴다.
김칠환 사단법인 한국항공 철도 사고조사협회 이사는 최근 철도경제신문 기고에서 “전동차 화재는 방화 외에도 차량 이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라며 “단일 대응 매뉴얼로는 실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재로 인해 정차 지점이 어디인가, 열차가 승강장에 멈췄는가 선로에 걸쳐 있는가, 화재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등에 따라 대응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라며 “상황별 맞춤형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관사뿐만 아니라 현장 대응 인력, 역무원, 승객 교육까지 포함된 보다 입체적인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한 김 이사는 최근 늘어나는 ‘충동형 방화’ 등 비계획적 범죄 양상에도 주목했다. 그는 “차량의 방염 설계, 소화기 설치 같은 기본 예방 조치뿐 아니라, 승객이 화재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기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실제 열차 운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복합 상황을 가정해 반복 훈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